매일신문

[야고부] 파르시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종교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박해는 죽음과 엑소더스를 낳는다. '파르시'(Parsi)도 그런 예다. 파르시는 넓은 의미로 '페르시아인'을 뜻하지만 7, 8세기 무렵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옛 페르시아(오늘의 이란) 땅에서 중앙아시아나 인도로 피신한 조로아스터 교도를 부르는 명칭이다. 반면 이란에 남은 조로아스터 교도는 '가바르'로 불렸다. 이는 아랍어로 이교도(카피르)를 뜻한다.

'마즈다교'로도 불리는 조로아스터교는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으나 기원전 6세기 옛 페르시아의 예언자 자라수슈트라 스피타마가 창시한 고대 종교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적 산문시에 등장하는 '차라투스트라'가 그다. 사산 페르시아 왕조의 국교였고 '조장'(鳥葬)을 치르는 게 종교적 전통이었다.

영국 록 밴드 '퀸'(Queen)의 간판스타이자 팝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 프레디 머큐리도 파르시다. 그는 영국 보호령이던 동아프리카 섬, 잔지바르(현 탄자니아) 태생이나 부모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 출신이다. 1964년 잔지바르 혁명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1971년 '퀸'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름도 프레드릭 머큐리로 바꿨다.

머큐리는 전 세계 약 20만 명에 불과한 조로아스터교 신도 중 가장 이름난 인사다. 인도에도 약 7만 명의 파르시가 산다. 특히 인도의 파르시는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데 인도 국민기업인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도 파르시다. 머큐리의 묘비에 기록된 본명 '파로크 불사라'(Farrokh Bulsara)가 우리에게 낯선 것도 그의 종교와 인도라는 배경 때문이다.

파로크 불사라로 태어나 조로아스터교에서 진실을 상징하는 태양과 가장 가까워 '진실의 배달부'로 여기는 '머큐리'(수성)라는 이름으로 1970, 80년대 음악계를 뒤흔든 프레디 머큐리. 24일은 그가 불사라의 이름으로 다시 돌아간 지 27년이 되는 날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등 그가 남긴 숱한 명곡은 계속 우리 귀를 울린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