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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대구 아파트 브랜드 10개 키우기

이상준 경제부 차장
이상준 경제부 차장

#우방, 청구, 보성…. 1990년대 빅3를 내세운 대구 아파트 브랜드는 전국 최고의 지명도를 자랑했다. 연극인 박정자가 등장한 '우방에서 살아요' 광고 카피는 우방을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로 각인시켰다.

당시 우방 등 대구 주택건설업체가 구축한 아성은 외지 건설사가 넘볼 수 없었다. 수도권 대형업체들도 대구에 내려오면 자체 브랜드로 영업이 안 돼 지역 업체 브랜드를 빌려야 할 정도였다.

#2018년 현재, 대구 아파트 브랜드의 아성이 무너져 내렸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구 토종 건설사들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한 때문이다.

유례없이 뜨거웠던 올해 분양시장에서 대구 아파트 브랜드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 매일신문과 주택건설 광고대행 전문업체 ㈜애드메이저 분석 결과(본지 10월 11일 자 1'3면 보도) 9월 현재 올해 26개 대구 아파트 단지 분양 총액 4조3천792억원 가운데 대구 아파트 브랜드 몫은 4개 단지 2천588억원, 5.9%에 불과했다. 나머지 4조1천204억원, 94.1%를 역외 브랜드가 가져갔다.

대구 아파트 브랜드가 불과 20년 만에 지리멸렬한 근본 원인은 수적 열세에 있다. 올해 전국 시공능력평가(시평) 100위권 대구 주택건설사 브랜드는 화성산업(43위)의 화성파크드림, 서한(46위)의 서한이다음, 태왕(91위)의 태왕아너스 등 불과 3개뿐이다. 현재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사업을 진행할 만한 대구 기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에 반해 1990년대 대구 주택건설사 브랜드는 차고 넘쳤다. 우방 등 7개 지정업체와 14개 등록업체를 합쳐 모두 21개 업체가 시평 100위권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다.

지역 주택건설업계는 대구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최소 10개 이상의 아파트 브랜드를 다시 키워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남·광주 지역 경우 올해 시평 100위 이내에 호반건설주택(13위) 등 무려 13개사가 이름을 올리며 서로 밀고 끌어주는 상생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젊은 경영자가 운영하는 토종 업체들이 나름 기반을 다지며 주택건설업의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전국 최고의 주택건설 도시로 명성을 떨친 지역에는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군소 업체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의미다.

대구 아파트 브랜드 키우기에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절대적이다. 대구시는 이미 이달 12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지역 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전국 최대(20%)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더해 업계는 민간 영역에서 수도권 거대 자본과 경쟁하기 어려운 토종 업체에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공공택지 분양만큼이라도 우선 참여권을 주는 등 실질적 제도 마련과 지원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

건설은 경기 부양에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 산업이다. 후방 연쇄 및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한 산업으로, SOC나 공공택지 조성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지원과 개입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지역 업체 스스로 수도권 거대 자본과 맞서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변화의 노력을 뒷받침한다면 대구 아파트 브랜드 10개 키우기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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