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쪽짜리' 전락한 팔공산 구름다리 주민설명회

반대단체 "보이콧"… 찬성 주민·상가번영회만 참석
市 "참석 요청했지만 거부, 설명 위해 언제든 자리 만들 것"
시민단체 "이미 결정하고 설득하겠다면 받아들일 이유 없어"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개최한 주민설명회가 반대 측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불참 속에 '반쪽짜리'로 강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양한 우려와 비판 의견을 수렴해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대구시가 사실상 찬성 의견만 믿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29일 동구 용수동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는 '팔공산 구름다리 내년 5월 착공', '상인들 다 죽는다! 구름다리 착공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커다란 구름다리 조감도가 걸렸고, 설명회장에는 찬성 측 주민들과 상가번영회 관계자들만 보였다.

사업 반대 시민단체 모임인 '팔공산 막개발 저지 대책위원회'와 동화사는 이번 설명회 참가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구시가 사실상 사업 진행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전시성 행사에 들러리를 설 이유는 없다"고 했다. 동화사 관계자도 "한 번도 사업내용을 설명받은 적이 없어 별도 설명회를 요청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는 스님들의 수행환경이나 팔공산 자연환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29일 동구 용수동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김근우 기자
대구시는 29일 동구 용수동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김근우 기자

이날 설명회는 대구시가 사업 계획과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설명하고, 주민들은 찬성 의사를 밝히는 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제기된 의견도 '시설지구에 주차장이 부족하다', '사업비가 너무 적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사업 진행이 확정된 분위기였다.

상가번영회 한 관계자는 "고작 100억여원의 예산으로 수백만 명의 손님이 찾아와 일자리가 많아지면 우리가 정치인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시는 환경 훼손 우려에 대해 "환경영향성 검토 결과 사업지구 내 동식물 법정보호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등산로와 가까워 이미 생태계 교란이 있던 지역인데다, 소규모 공사여서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바람 태풍으로 유명했던 태풍 매미가 약 초속 33m 풍속을 기록했는데, 구름다리는 초속 90m 바람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했다"고 했다.

대구시는 29일 동구 용수동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구름다리 조감도가 비치된 입구 모습. 김근우 기자
대구시는 29일 동구 용수동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구름다리 조감도가 비치된 입구 모습. 김근우 기자

대구시 관계자는 "반대 시민단체와 동화사에도 참석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거부했고, 설득하거나 설명하려고 해도 쉽게 자리를 만들 수 없었다. 앞으로 관련 사항을 토의하고 싶다면 언제든 관련 전문가들과의 자리를 만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반대 움직임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모든 것을 결정해 둔 상황에서 세부 사항만 토의하고, 설득에 나서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라면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향후 반대를 이어가며 팔공산을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서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사업비 140억원을 들여 오는 2020년까지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에서 낙타봉 방향으로 국내 최장인 320m의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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