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의 하얀 얼굴, 저 선비는 누구일까 馬上誰家白面生(마상수가백면생)
요마적 석 달 동안 이름 몰라 애태웠네 邇來三月不知名(이래삼월부지명)
내 오늘사 알았다네, 그 이름 김태현을 如今始識金台鉉(여금시식김태현)
가는 눈 긴 눈썹이 나도 몰래 맘에 드네 細眼長眉暗入情(세안장미암입정)
우리나라 최초의 시문선집인 '동국문감(東國文鑑)'의 편찬자 쾌헌(快軒) 김태현(金台鉉:1261-1330). 그는 부지런히 노력하여 일찌감치 학문을 이룬데다, 그 풍채가 단아하고 눈과 눈썹이 그림처럼 고왔던 미남자이기도 했다. 그가 일찍이 동료들과 함께 어느 선배 집에서 학업을 익히고 있을 때다. 선배는 빼어난 면모를 지닌 쾌헌을 기이하게 여기고 사랑하여, 여러 번 안채로 불러들여 음식을 대접하곤 했다. 그 선배의 집에는 이제 막 과부가 된 딸이 있었다. 그녀는 시 한 수를 지어 문틈으로 쾌헌을 향해 내던졌다. 그 시가 바로 위의 작품이다.
과부로부터 난데없는 연애편지를 받았을 때, 쾌헌의 나이는 몇 살쯤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를 통해서 볼 때, 그는 아직 결혼하기 이전의 총각이었거나, 결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유부남이었을 게 분명하다. 좌우간 말 한마디 나누어 본 적이 없는 젊은 외간 남자를 향한 여인의 진솔하기 짝이 없는 고백과 담대하고도 저돌적인 데시가 정말 뜻밖이다. 왕년에 나도 연애편지 깨나 써보았지만, 신체의 어느 부분에 반했다는 등의 거침없는 고백을 해보지는 못했다. 더구나 그녀는 이제 막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여인이 아니었던가.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임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임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정(情) 준 오늘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고려가요 '만전춘(滿殿春)'의 한 대목이다. 물론 과부 여인이 지은 시가 '만전춘'과 같은 남녀상열지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남자를 향한 여인의 마음은 '만전춘'처럼 뜨겁게 느껴진다. 둘 다 막가파라는 점도 서로 닮았다. 고려시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인과는 전혀 다른 막가파 여인들이 살았던 게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너무 궁금해 하지도 마시고, 쓸데없는 상상도 하지 마시라. 쾌헌은 바로 그 날로부터 그 선배의 집에 발걸음을 뚝 끊어버렸다고 하니까. 참 싱겁구나,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도 두어 권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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