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가 늙어가고 있다. 출생률 저하와 기본수명 증가로 노인이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대구시는 전체 인구 중 노년인구 구성비가 15%를 차지하면서 완전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노인에게도 노년의 삶은 난생처음 겪는 일이다. 젊은이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는 노인에게 버거울 정도다. 육체적·정신적으로나 큰 변화를 스스로 감당하기엔 무리다.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지만 쉽사리 공감하지 못하는 노년의 삶. 노인의 육체·정신적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육체적 노화, 오감의 둔화로 시작
경북 경산에 거주하고 있는 A(72) 씨는 새벽 4시면 눈이 떠진다. 젊었을 때는 그렇게 아침잠이 많아 고생했지만, 이젠 누가 깨우지 않아도 캄캄한 새벽에 눈을 뜨고 홀로 외로움을 삭힌다.
사실 잠을 자도 잔 게 아니다. 밤새 허리와 다리가 아파 몇 번이나 뒤척였는지 모른다. 매사 기력이 없는데다 요사이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코끝을 따라다녀 가급적 사람들과 마주하는 일을 피하게 된다.
식사하기도 귀찮아 대충 허기만 채우고 이불 속에 다시 누웠다가 잠시 경로당이나 들러볼까 집을 나섰지만, 시시때때로 울리는 차량 경적소리에 이내 지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A씨는 "분명 초록불일 때 건널목을 건너기 시작하지만 어느새 빨간불로 바뀌어 차들이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몸은 안 따라주는데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치이고 눈치만 보여서 사람이 많은 곳이나 빨리 걸어야 하는 곳에는 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나이가 들었음을 맨 먼저 자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육체적 노화를 통해서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오감이 둔해짐으로 노인이 되어간다는 두려움이 따라오는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눈꺼풀이 처져 시야의 위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보폭이 좁아지다 보니 상당수 노인들은 발아래만 보고 종종걸음을 걷는 경우가 많다. 흔히 노인들은 무단횡단을 자주 하거나 신호가 끊긴 뒤에도 유유자적 길을 건넌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걸음이 느린 탓이 크다.
미각도 변한다. 미각이 둔해지면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맛을 느끼는 미각세포인 미뢰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는 종종 가족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직장인 B(47) 씨는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변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힘들어 섭섭함을 종종 느낀다"고 말했다.
청각의 노화도 동반된다. 사람의 목소리는 500~2000Hz 범위에 있는데 60세 이상은 500Hz의 1.5배 이상의 음량이 아니면 잘 들리지 않는다. 특히 높은 톤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해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C(28) 씨는 "가끔 일부러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밖에도 지역 노인복지관 등에 따르면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생리적 변화로 몸이 경직되고 손발을 뻗기 어려우며, 손발의 기민성, 조작성이 저하되는 등 체력이 약화되고 근육약화, 골절, 골다공증, 골연화증 유발로 겨울철 빙판길에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체내 체온 유지도 어려워 겨울철은 유독 더 노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늙어가는 대구, 움츠러드는 노인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대구의 65세 이상 노년인구는 37만1천851명(총 인구 245만4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8천496명(2.34%)이 증가한 수치다.
연도별 노년인구 구성비는 2010년 이후로 계속 상승 중이다. 2010년 9.97%였던 것이 매년 1%포인트가량의 상승률을 보이다 2018년 14.59%, 지난해 15%를 기록하면서 완전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고령화 사회는 총인구 중 노년인구 구성비가 7% 이상, 14% 이만일 경우, 고령 사회는 14% 이상, 20% 미만,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유소년(14세 이하) 인구 100명에 대한 고령(65세 인구)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노령화 지수도 대구시는 2019년 기준 124.5명을 기록해 전국에서 부산시 다음으로 높다.
문제는 노인인구는 늘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상호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은 부족해 사회적 갈등 양상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중 이해하지 못하는 고령자의 행동의 원인은 신체적 노화로 인한 생활과 성격 변화 탓인 경우가 많다.
대구리마인드상담교육센터 정기언 센터장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력, 청력 등의 쇠퇴로 인해 일상생활이 변하면서 의기소침해지거나 조심스러워진다"며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상에 움츠러드는 노인들의 고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등 '고령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인 복지 관련 예산을 지난 2017년 6천20억원에서 2019년 9천29억원으로 50% 늘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대구형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가 구축돼 돌봄체계를 일원화시킬 예정"이라며 "이와 더불어 대구형 경로당 활성화 사업과 경로당 치매예방파트너를 구축해 노인 복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노인 인식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화는 우리 삶에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기 생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노인 스스로는 물론이고 젊은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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