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합의료 10년, 앞으로의 길을 묻다] <1>대구서 태동한 전인병원

의학·한의학·대체의료 병행 심신 치유…환자 90% 이상 '만족'

전인병원만의 프리미엄 심신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치유센터. 편백 반신욕기, 산소캡슐, 수 치료기, 명상실 등을 갖춰 놓고 입원 환자들의 병증 완화와 치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인병원만의 프리미엄 심신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치유센터. 편백 반신욕기, 산소캡슐, 수 치료기, 명상실 등을 갖춰 놓고 입원 환자들의 병증 완화와 치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해 9월 국내 통합의료 10년을 맞아 대구에서 열린 '글로벌임상연구 정상회의 2019'에 참석한 세계적인 석학들은 "통합의료는 전인적 치료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합의료는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의료서비스를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향한다. 현대 의학계에서 주류가 되어 있는 '근거 중심'의 서양의학과 전통적 방식으로 전승되는 한의학, 대체보완의료까지 병행하며 환자에게 도움이 극대화되는 통합적, 전인적 의료를 말한다.

매일신문은 대구에서 제도적으로 태동한 통합의료가 걸어온 길을 조명하면서 현대 의학의 중심지인 미국의 유명병원에서 적용하는 통합의료의 사례, 국내에서 통합의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 10년, 통합의료가 거쳐 온 길

우리나라에서 제도적인 통합의료의 첫 발걸음은 한 장의 양해각서로부터 비롯됐다. 2004년 당시 대구가톨릭대의료원장 채영희 신부와 대구한의대 설립자인 변정환 총장은 의학과 한의학이 긴밀히 협력하자는 뜻을 같이하며 MOU를 맺게 된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동서의학센터를 개소하고 신경과 및 재활의학과 분야에서 대구한의대 교수와의 교류로 확대됐다.

이러한 행보는 2009년 대구시, 천주교대구대교구, 대구한의대가 공동 출원해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 설립으로 결실을 맺었다.

통합의료진흥원은 통합의료 연구 및 진료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통합의료병원 건립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관계자들은 국회,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지역 국회의원 등의 지원에 힘입어 국비를 확보했다. 여기에 대구시 예산과 천주교대구대교구 재원 등이 합쳐져 2015년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국내 통합의료 '1호 병원'이다.

통합의료진흥원은 연구와 진료라는 두 축에 맞물려 있다. 환자들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한다. 의학과 한의학 양측 의료의 장점을 살려서 환자들의 치료 효과와 삶의 질을 더 높이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인 통합의료연구지원사업을 수행하며 80여 건의 국내외 논문 게재와 40여 건의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하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한의학 처방인 자음강화탕, 보증익기탕, 육미지황탕을 미국식품의약국(FDA) 건강보조성분으로 인증받은 것은 획기적 노력으로 꼽힌다.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의약 강국 미국에서 공식적인 임상시험이 가능하도록 발판을 놓은 것이다.

◆환자 우선을 지향하는 통합의료의 개념

통합의료(CIM, Comprehensive Integrative Medicine)는 환자를 중심에 놓고 오로지 '환자 우선주의'를 지향한다. 의학과 한의학 간 상호존중과 근거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와 한의사가 긴밀히 협력하여 가장 적절한 진료, 치료 및 치유가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일반적으로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는 일부 의료기관은 환자가 병원 내 의사와 한의사를 선택해서 진료를 받는 구조다. 한 병원이라는 공간만 공유를 하지 독자적인 영역은 변함이 없다.

통합의료의 대상 질환은 의학으로 완치가 어려운 질환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된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거나 항암치료 후에도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도록 의학과 한의학이 적극적인 공조를 펼친다.

보완대체의료도 통합의료의 한 축이다. 암 환자의 경우 수술과 화학적 항암치료 이후에는 더 이상 의학적 치료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통합의료는 말기 암 환자에게는 통증 완화치료와 면역요법 등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육체적 고통에 대한 영적,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통해 환자 스스로 치료받고자 하는 의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전인병원은 환자를 중심에 놓고 의사와 한의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통합의료를 통해 치료율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인병원은 환자를 중심에 놓고 의사와 한의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통합의료를 통해 치료율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통합의료 적용하는 '국내 1호' 전인병원

2015년 12월, 5개 진료과 130개 병상 규모로 오픈한 '통합의료진흥원전인병원'은 이제 8개과(혈액종양내과, 재활의학과, 소화기내과, 통증의학과, 가정의학과, 한방종양과, 한방내과, 침구의학과) 200병상 규모로 성장했다. 의사 6명, 한의사 4명을 포함 160여명의 인력이 하루 평균 입원 환자 150명, 외래 환자 120여 명을 돌보고 있다.

전인병원은 암 환자와 재활, 통증 등 통합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중점으로 치료한다. 외래는 ▷통합종양클리닉 ▷통합통증클리닉 ▷통합재활클리닉 ▷통합소화기클리닉으로 구분해 의사와 한의사들이 환자 진료를 의뢰하며 정보를 교환한다. 즉 환자 1명당 진료 의사가 2명인 셈이다. 이러한 진료 체제로 전인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의·한협진시범사업'에 선정되어 환자가 같은날 동일질환으로 의과와 한의과 함께 진료를 받아도 모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입원 환자에 대한 항암치료도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항암 표적치료, 고주파 온열치료, 면역항암치료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기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암 증식 억제 및 면역 활성에 관여하는 약물을 기본으로 하는 맞춤형 탕약을 제공한다. 또 항암 부작용이나 통증 완화를 위해 침, 왕뜸을 이용한 경혈 순환요법도 빠지지 않는다.

전인병원이 자랑하는 통합치유센터는 각종 병증 완화와 심신 치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입원 환자들은 편백 반신욕기, 산소캡슐, 아쿠아젯(수치료기), 명상실, 읽는 약방도서실 등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전인병원 손기철 병원장은 "매년 실시하는 환자대상 만족도 조사에서 통합의료에 90% 이상 만족하고 있다"면서 "전인병원만의 특화된 수술 및 항암 이후의 암 환자 케어와 만성 질환자의 재활분야에서 통합의료적 치료는 한국형 통합의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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