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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peel – 그 경계를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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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 독립큐레이터

박천 / 독립큐레이터
박천 / 독립큐레이터

"나는 선을 넘는 사람들, 제일 싫어하는데…."

지난해 개봉한 영화 '기생충' 대사의 한 대목이다. 영화 '기생충'은 장면 장면마다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 가능한 메타포를 심어뒀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답안은 배제하고, 다양한 여지를 넓게 두었던 영화였다. 때문에 한국을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세계적인 공감을 얻어내며 각종 권위 있는 국제적 영화제에서 우수한 상들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본 것일까? 아니다. 그들의 상황과 개인적 지식을 통해 영화를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프로세스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인간은 일련의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대상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인종, 언어, 문화, 국가, 성별 등 다양한 요소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난해함 속에서도 인간은 늘 공통된 본질, 즉 진리를 찾고자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이러한 진리와 마주하여 늘 새로운 상상과 시도를 탐구하는 영역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은 사냥이나 주술적 목적 등을 위한 삶의 방식으로 시작되어 비례와 형식을 통해 아름다움의 구조를 이해하려 했고, 이러한 이성적 패러다임에 반하는 형식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이런 질문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전시가 있다. 수성구 범어역에 위치한 021갤러리에서 박동삼, 이병호, 이환희 작가의 작업들을 선보이는 'peel – 그 경계를 상상하다'라는 전시이다. 제목에서부터 내용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형(形)의 현상과 본질을 구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떤 대상에서 껍데기를 벗겨내고 남은 알맹이는 구분되어 인식해야 하는지 혹은 구분된 두 요소가 어쩌면 같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봄에 있어 피상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지, 혹은 그 속에 숨겨진 맥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선을 긋고 나눔으로써 세계를 인식한다. 하나의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비교 대상을 둠으로써 비교적 쉽게 인식하지만,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게 되는 지점에서 인식의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인간은 각자만의 가치관과 지식을 통해 대상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인식함에 있어 인상 깊을수록 바라보는 입장은 획일화되고, 평범하거나 소소한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해진다. 전시를 통해 드러내는 작가들의 본질에 대한 접근 방식이 모두 다르듯이, 우리 역시 각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전시를 보며 자신의 시야를 객관적으로 구분지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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