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냥이 탄냐(11살, 코숏, 7.2kg)가 피부가 짖물려 내원하였다. 며칠 전 부터 가슴부위를 자주 핥더니 어제부터는 염증이 생기고 냄새도 난다고 하셨다. 검사 결과 배가슴 부위에 광범위한 저온화상을 진단하였다. 저온화상이란 4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 장시간 접촉되는 피부와 피하조직들이 열상을 입어 서서히 괴사되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저온화상 발생 후 수 일이 경과하면서 가려움과 피부짓무름 괴사가 나타나기 때문에 가족들이 그 원인을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지난주 한파 걱정에 탄냐를 위해 마련해 준 전기방석이 문제였다.
이렇듯 일상의 물건들이 의외로 고양이들에게는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일상의 물건들을 알아보자.
◆전열기
겨울철 추위 걱정에 고양이를 배려한 전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고양이는 갑자기 화들짝 튀어오르는 경향이 있어 전열기가 넘어지거나 화재 위험이 있는 옷가지가 전열기에 접촉되어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
추운 실내에서 전기방석을 설치하는 경우는 탄냐의 경우처럼 저온화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만하거나 기력이 약해진 고양이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웅크린 자세를 오래 취하다 보면 압박에 의한 피부혈행 장애가 저온화상을 더 심화시키게 된다. 저온화상을 염려하여 전기방석을 담요로 겹쳐 말아두는 것은 화재 발생의 위험성이 크다.
화재의 위험성이 적고 타이머가 부착되어 있는 라지에터 난방기를 추천드린다. 1시간 작동 후10분 정도 씩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시켜 주는 것이 적절하다.
전기가 연결할 수 없는 공간이라면 전자레인지 가열이 가능한 찜질팩을 데워서 담요로 두텁게 말아주면 밤사이 추위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덕션 화재
주방에 설치된 터치형 인덕션은 고양이의 발바닥 패드 부위가 접촉되면 전원이 켜지게 된다. 이미 고양이만 남은 가정에서의 주방 화재 원인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가정에서는 터치형 보다는 다이얼타입의 인덕션을 추천드리며, 이미 설치되어진 주방이라면 인덕션 사용 후에는 메인 전원을 반드시 차단해 주어야한다.

◆바늘과 실뭉치
호기심 많은 고양이에게 하늘거리는 실은 유혹이다. 발 끝에 걸린 실을 떼어낼려고 할수록 더 휘감겨지고 고양이는 혀로 핥아서 제거하려 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까칠한 혓바늘은 구강 안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실을 핥을수록 실을 삼킬 수 밖에 없는 해부학적 특성이 있다.
털실, 바이올린 현악기의 줄을 먹고 위와 장이 꼬여버린 고양이들이 응급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특히 바늘이 달린 실은 실을 핥으며 바늘을 삼키게 되므로 매우 주의하셔야 한다.

◆화초
모든 관상용 화초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고양이가 화초를 먹는 경우는 없지만 불안증이 있거나 소화장애가 있을 때는 풀을 먹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고양이가 화초를 조금이라도 입을 대는 상황이라면 철처하게 격리가 필요하다.
꽃다발이나 화환에 사용하는 백합꽃은 고양이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소량의 꽃가루가 날리더라도 설사와 구토, 경련 등의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고양이가 있는 실내에서는 금기사항이다.
◆아로마오일
고양이 후각 능력은 인간의 수만배이다. 아로마 요법이 심인성 불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의외로 농축된 에센스오일은 고양이에게 너무 강하며 티트리오일 처럼 간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디퓨져스프레이, 향수도 가급적 고양이가 접촉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캣닙도 일종의 아로마향이다. 고양이가 릴렉스되어 긴장감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지나치게 많이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
◆머리밴드
머리밴드와 곱창밴드 처럼 눈에 띄고 작은 실뭉치처럼 보여지는 물건들은 고양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치 사냥놀이 하듯이 가지고 놀다가 물어뜯는 과정에서 삼켜지기도 한다. 다행히 변으로 배설되면 다행이지만 때로는 수술을 받아야하기도 한다.
◆고양이 장난감
이물 섭식으로 탈이나는 고양이들이 제일 많이 먹는 이물은 고양이 장난감에 부착된 프라스틱이나 금속 조각들이다, 깃털장난감, 낚시줄장난감, 고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을 사냥놀이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삼키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람의 경우 유아 장난감이 어린이가 삼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경우 그 위험을 고지하고 제조물책임배상 의무가 발생하듯이, 반려동물 장남감도 합당한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안전한 장남감이 유통되기 전까지는 장남감을 고르는 집사님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비닐봉투
음식물 냄새가 남겨진 비닐봉투는 모든 고양이들이 좋아한다. 비닐봉투랑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 가족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고양이들이 비닐을 찢어먹는 경우들이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생식
생식은 수분 섭취가 필요하고 소화력인 약한 고양이에게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최근에는 생식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배송하는 업체들도 있다. 나 또한 일부 집사님들에게는 생식을 권하기도 한다.
생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선도이다. 하지만 생식을 장시간 냉동 보관하였다가 해동하여 제공하는 것은 위험하다. 냉동 보존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선도를 떨어지며, 해동 후 식기에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세균 증식이 용이하다. 생식을 시도할려는 집사님들이 가장 경계하여야 할 대목이다.
◆멸치
멸치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거리이다. 다양한 건어물을 즐기는 고양이도 있다. 문제는 염분이다. 가정에 있는 멸치를 고양이 간식으로 제공할려면 많은 량의 물에 삶은 후 염분을 제거하고 건조기를 이용하여 급속 건조시키고 빨리 소모시켜야 한다. 염분이 빠진 건어물은 그만큼 부패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번거로움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사님들은 고양이 전용 멸치를 구입한다.
◆화장실모래
일상으로 대하는 화장실모래가 고양이 눈병과 호흡기질환을 악화시킨다. 아파트와 원룸에서 사는 고양이에게 화장실 문화는 집사의 큰 고민 중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고양이모래 제품의 표지에는 친환경제품이라는 표기가 있다. 제조유통사가 고양이모래 속에 함유시킨 화학성분들을 표기하지 않는 이유는 책임규정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집사님들이 친환경모래라고 이해하고 있는 콩모래, 두부모래가 대표적이다. 주 재료는 식물성 부산물이지만 자연부패가 쉽게 발생하는 특성상 방부제와 응결제를 첨가될 수 밖에 없다. 냄새를 줄이기 위한 합성 향료들도 고양이에는 유독성분이다. 이러한 유해한 성분이 먼지가 되어 고양이 폐와 결막에 접촉되면 눈병과 호흡기질환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한 고양이모래는 푸드그레이드 벤토나이트모래이다. 의약품사료의 첨가제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검증된 성분들이다. 다만 가격적인 부담을 고려하여 벤토나이트의 순도에 따라 제품의 가격이 차등된다.
호흡기질환과 눈병이 잦은 고양이라면 순도가 높은 벤토나이트모래 제품을 선택하고 먼지발생이 적은 제품을 선택해야한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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