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에 몇몇 '줄 서기'가 화제가 됐다. 3일 오픈한 신세계 재고 면세품 온라인몰에 15만 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명품들을 백화점 정상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사이트 신규 회원은 이달 들어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엔 명품 브랜드 샤넬 재테크를 위한 행렬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이어졌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싸게(?) 샤넬 백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서울 백화점뿐 아니라 대구에서도 긴 줄을 이뤘다. '10억 로또'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의 한 아파트 줍줍 현장은 미계약분 3가구 모집에 26만 명이 몰려 8만대 1 이상을 기록했다. 가구당 최소 분양가가 17억원임을 감안하면 수억원대 계약금 마련이 가능한 이들이다.
내 돈으로 명품 사는 데 남 눈치 볼 일 없고, 시세 차익을 노린 줍줍 아파트 열기는 지역에서도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씁쓸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대구 남구의 한 주민센터 앞을 지나다 건물 밖 의자에 줄지어 앉은 수십 명의 어르신들을 봤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상품권으로 받으려고 주민센터 문도 열리기 전에 아침부터 저렇게 줄을 섰으리라. 수십만원의 지원금은 생계와 직결되는 돈일 것이다.
경제위기가 깊어질수록 경제 격차는 더 표면화하고 박탈감을 자극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자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고 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코로나19 타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소득 10분위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만 작년 같은 분기보다 소득이 3.6% 줄었다. 전체 소득 중 근로소득이 약 30%나 감소했다. 임시직, 비정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나머지 대부분 계층은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 하위 10% 저소득층과 상위 10%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는 6배 넘게 벌어졌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기업을 포함한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만4천 명(0.5%)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는 37만9천 명(2.4%) 감소했다. 숙박·음식업 종사자, 도·소매업 등 서비스 업종에서 감원이 대량 발생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양극화는 심화됐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최상위 계층 20%의 소득을 최하위 계층 20% 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외환위기 전인 1997년에 3.8배였으나, 1998년 4.55배,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88배, 2009년 4.97배로 커졌다고 한다.
오늘(3일) 정부가 35조3천억원짜리 3차 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약 23조원의 적자 국채로 마련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역 경제에 배정된 돈은 1조원도 채 안 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책에서마저 지방은 뒷전인가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일례로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또한 수도권 공장 부지를 우선으로 한 현 정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서 빈부 격차나 양극화 심화 등 국민 삶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화는 가계, 기업의 일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수도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지방을 위한 재원 배분이 절실하다. 지방이 빨리 회복해야 우리 경제 전체의 회복 체감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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