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時視角覺] ⑨ 농촌 런치타임

경북 영양읍 농촌 런치타임.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읍 농촌 런치타임.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읍의 한 고추밭.

콧잔등에 땀방울을 한껏 달고

그늘에 둘러앉았습니다.

점심은 한국식 반, 태국식 반.

입맛이 쉬 바뀌질 않습니다.

찹살로 지은 밥을 손으로 돌돌 굴려

양념에 찍어 먹는 점심, 이국에서도 꿀맛입니다.

이들은 모두 김찬식(가명)씨 집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태국 근로자들입니다.

김씨는 고추,담배농사를 165,000m2(5만평)나 짓습니다.

농촌에서 아이 둘을 키우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난해엔 외국인 일꾼 22명과 땀 흘려

매출 4억 여원에 4천만 원 남짓 남겼습니다.

올해는 7명 뿐.

코로나19에 겁먹고 돌아간 뒤

입국길이 딱 막힌 때문입니다.

한국인 일손은 영양 땅에서 사라진 지 오랩니다.

담배, 고추농사는 죄다 손사래 칩니다.

김씨는 "외국 일손이 아니면 밭농사는 끝"이라고 말합니다.

하루 10시간씩 땀흘리는 이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어려움도 많습니다.

이들은 모두 3개월 짜리 '계절 근로자(C-4 비자)'.

농번기에만 고용해 농민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지만

파종부터 수확까지

최소 6개월은 머물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3개월만에 돌아가면 빚만 떠안으니,

불법체류가 이들에겐 숙명처럼 됐습니다.

들판도, 축사도, 고갯배도

외국 일손이 아니면 돌아가질 않는 시대,

태국·베트남·중국말이 낯설지 않는

2020년 농촌 런치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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