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복수노조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동안 대구에서도 대구도시철도공사(2011년), 대구은행(2018년), 대성에너지(2020년 10월) 등 대표기업 상당수가 복수노조를 도입했고 금속노조 대구지부에 소속된 24개 사업장 중 9곳에서 복수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지역 노동계는 이런 양적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복수노조제와 함께 시행된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시행으로 10년 새 노동환경이 퇴보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탓에 노조간 갈등, 어용노조 설립 등 부작용이 훨씬 많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 측 견제 교묘해지고, 노노 갈등까지…"
대구 달성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지난 7월 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13명을 해고했다.
실제로 경영난에 직원을 줄이는 업체가 적잖은 상황이었지만 이 업체의 해고는 지역 노동계에서 유독 화제가 됐다. 해고자 13명 모두 강성으로 꼽히는 금속노조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사의 노조는 금속노조가 8년 만에 다수노조 지위를 확보해 교섭권을 얻게 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금속노조원 13명을 해고한 것은 노조파괴 행위라며 반발했다. 결국 경북노동위원회가 회사 측의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해고자 전원 복직 판정을 내리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런 특정 노조원 해고에 대해 지역 노동계는 복수노조제와 함께 생긴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이유로 꼽는다. 이 제도는 노조 난립에 따른 단체교섭 혼란 해소 목적으로 생겼지만 회사 입맛에 맞는 노조와 상대하는 근거 규정이 되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노조에 교섭권이 없으면 사실상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 다수노조 지위를 얻지 못하면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점을 회사가 악용하고 있다"며 "복수노조제 도입 전에는 교섭상대로 회사에 집중하면 됐는데 복수노조제 시행 이후 '어용노조'를 견제도 해야 하기 떄문에 노조활동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수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갖다 보니 다수노조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노(勞勞) 갈등'도 빈번하다. 조합원 유치경쟁 등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노조가 있는 대구지역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요즘 노조 안에서 '절대 먼저 코로나19에 걸리면 안된다'는 농담이 나오는데 이는 직원들에게 욕 먹고 조합원까지 빼앗길 빌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 "사안에 따라 대표노조 투표하거나 개별교섭 필요"
이같은 부작용의 근원에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있다. 다수노조에 모든 협상을 일임하다 보니 복수노조 도입 취지인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 노동계는 같은 회사 내에서도 노조에 따라 업무 성격과 근로 환경이 다른 만큼 교섭 방식이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도시철도공사다. 도시철도 업무를 역무와 승무, 차량, 기술 직렬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2011년 복수노조인 대구도시철도노조가 생기면서 차량, 기술 직렬을 대변하고 있다. 모든 직렬 노동자가 노조원인 대구지하철노조와는 사측 교섭 과정에서 요구사항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윤기륜 대구지하철노조위원장은 "현재 대구도시철도공사는 개별교섭 이후 결과를 통일해 전 직원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 간 경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섭 결과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인준투표제를 통해 노조 조합원들이 사안에 따라 교섭할 노조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일본처럼 개별교섭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현희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우리나라처럼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도입한 곳은 노노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사가 노조를 포섭해 다수노조로 만들 수도 있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복수노조 도입으로 노조가 난립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별교섭을 하더라도 손실보다는 사회적 이득이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의성에 100만 평 규모 '공항 신도시' 들어선다
文 "尹 흡수통일로 상황 악화…역대 정부 노력 물거품으로"
홍준표 "내가 文 편 들 이유 없어…감옥 갔으면 좋겠다"
대구 아파트값 0.08%↓ 전국서 하락폭 최대…전셋값도 가장 크게 떨어져
"김문기 몰랐다" 이재명 징역 2년 구형…檢 "거짓말 반복, 유권자 선택 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