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쪽짜리 진실화해위 출범, 위원회 구성 전 본 업무 시작 논란

지난달 28일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 조사 접수를 받고 있는 진실화해위원회.
지난달 28일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 조사 접수를 받고 있는 진실화해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위원회 정식 구성도 전에 피해 조사 접수를 받고 있어 '효력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야당 참여없는 위원장 임명도 졸속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10일부터 주요 지자체를 거쳐 과거 주요 사건 피해자 신청서를 접수 받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가정보원 과거 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등과 같이 과거사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독립 국가기관이다.

문제는 진실화해위가 아직 위원회 구성을 마치지 못한 채 조사 본 업무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진실화해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1명과 여당 추천 4명, 야당 추천 4명 등 총 9인으로 구성돼야 한다. 국회에는 아직 야당 추천 4명이 접수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화해위가 조사 접수를 받다 보니 잡음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피해 조사 접수를 받으면 실제 조사 기간이 위원회 구성에 소요된 시간만큼 단축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쪽 관계자는 "위원회는 피해자가 조사를 접수하면 3개월 안에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 위원회 구성에 소요되는 시간만큼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한 판단 기간이 짧아지면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물론 과거사정리법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 및 소속 직원 임명 등 위원회의 구성과 사무처 등 필요한 조직 설치를 위한 준비행위 등을 위원회 구성 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가능하다고 본 행위는 준비 행위일 뿐 본 행위가 아니다. 진실화해위는 벌써부터 본 행위인 사건 접수를 받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10일 한종선 피해자모임 대표가 제출한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로 접수 받았다.

법조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한 변호사는 "위원회 구성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고 이뤄지는 피해자 신청과 조사 등의 의사 결정은 추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의 이런 업무 처리 방식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와 완전 딴판이다. 5•18조사위는 2019년 12월 27일 정식 출범한 뒤에야 피해 조사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위원회 구성의 근거가 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특별법이 통과된 건 2018년 2월이었고 시행된 건 같은 해 9월이었다. 5•18조사위는 법 시행 뒤 1년 동안 철저히 위원회 구성을 완료한 뒤 본 업무를 시작했다.

위원장 인선 또한 진실화해위 논란 중에 하나다.

과거사정리법상 위원장은 대통령과 여야에서 추천한 상임위원 3명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은커녕 상임위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위원장 임명을 강행해 버렸다.

한 여당 관계자는 "현재 임명된 위원장 외 상임위원이 될 2명도 법적으로 위원장이 될 자격이 있으며 상임위원 2명 입장에서는 위원장 뽑을 권리를 빼앗긴 것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며 "청와대와 진실화해위가 마냥 긍정적으로 법을 해석한 것 같은데 정치적으로 보면 이건 청와대가 잘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근식 위원장은 "대통령의 정식 임명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조사 착수 여부 판단 기한에 대한 우려는 알고 있으며 일단 접수는 받되 조사 착수 여부 판단 기한의 시작을 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뒤부터 시작되는 걸로 유권 해석을 해 놓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또 "야당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관련 답변을 거부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진실화해위원 접수를 받았다. 이번주 안에 국회로 추천 위원 접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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