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00년 전 우륵과 가야금 스토리텔링] 〈2〉현의 고장, 고령과 이탈리아 크레모나시

하늘과 땅을 이은 선율, 현(絃)이 맺은 양도시 우호증진

현의 고장, 고령군과 이태리 크레모나시는 지난 2014년 자매결연을 맺고 활발한 교류로 우애를 다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고령군 대가야 문화누리개관식 축하공연, 도립국악단과 크레모나시 연주단이 합동공연을 펼치고 있다. 고령군 제공.
현의 고장, 고령군과 이태리 크레모나시는 지난 2014년 자매결연을 맺고 활발한 교류로 우애를 다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고령군 대가야 문화누리개관식 축하공연, 도립국악단과 크레모나시 연주단이 합동공연을 펼치고 있다. 고령군 제공.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제작하고, 명주실로 12개의 현(絃)을 만든다. 가야금은 대가야 사람들의 세계관과 시간관이 녹아 있다.

가야금 형태는 윗 판이 둥글고 아랫 판은 평평하다. 이는 둥근 하늘과 평평한 땅을 본 딴 것이다. 또 아래 위 사이가 비어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공간을 의미한다.

이처럼 가야금에는 대가야 사람들의 우주관이 들어있다.

가야금의 현이 12개인 것은 1년 12달을 나타낸 것이고, 안족(雁足)의 높이가 3치(三寸)인 것은 천·지·인을 상징한다.

하늘과 땅, 그 사이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사람이 이루는 조화와 균형이 가야금의 선율이 된다.

1천500년 전 가야금으로 연주한 Kaya-pop은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K-pop의 원조인 셈이다.

◆가야금과 바이올린의 선율

4개의 현으로 된 바이올린은 현의 굵기가 저마다 다르다. 피아노는 누구나 건반을 누르면 같은 소리가 나지만, 바이올린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수천 가지의 다른 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현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2줄의 가야금은 현을 뜯고 튕기는 발현악기이다. 각자 다른 음색이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한다.

민정민 고령군립가야금연주단원은 "가야금 12줄은 연주 방법에 따라 말발굽 소리도 낼 수 있으며, 새소리·물소리는 물론, 귀곡성도 표현된다. 가야금은 사색적, 명상적, 철학적이다"며 소리의 다양함을 설명했다.

김동환 대가야박물관 가야금연구원장은 "가야금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하다는 느낌이 많다. 담백하고 절제된 음악, 웅장함과 신비함을 함께 느낀다"며 "가야금 소리는 동양화, 한국화를 음률에 실어 나른다. 꿈을 꾸고 잠들게 한다. 화려함과 소박하고 겸손한 아름다움이 깊고 감칠맛이 나는 음색"이라고 표현했다.

굳이 우륵 선생이 가실왕의 부탁으로 가야금을 만들고 정치적으로 대가야의 단합을 도모하려 했다는 가야금의 탄생 비화를 듣지 않더라도 소리만으로도 위대성을 이미 각인이 된다.

◆가야금, 세계의 악기로 발전 시켜야

우륵과 가야금의 고장 고령군은 지난 2014년 바이올린의 고장 이탈리아 크로모나시와 현을 통해 자매결연을 맺었다.

크레모나시는 처음에는 음악적 공유라는 요청에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을 통해 비로소 가야금의 위대함을 알아보게 됐다.

이렇게 맺은 인연은 매년 서로 왕래하며 협연과 연구를 통해 우애를 다지고 있다. 고령군은 수차례 크레모나시 바이올린 박물관 콘서트홀에서 고령군립가야금연주단 공연을 가졌고 크로모나시 공연단도 고령군을 방문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가야금과 바이올린이라는 양 국가의 대표적인 전통 현악기를 통해 현의 본고장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다.

당시 지안루카 갈림베르티 크레모나시 시장은 "슬로시티를 표방하는 이탈리아 문화처럼 대가야다례원의 전통문화 활동과 느림의 문화를 실천하는 회원들을 존경하며 오늘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양 도시는 이탈리아의 바이올린과 대한민국의 가야금이라는 대표적인 현악기의 고장이다. 바이올린의 위상은 세계적이다. 가야금도 세계적인 악기에 손색이 없다. 우륵과 가야금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가꿔나가야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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