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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1운동 만세촌에 폐기물처리장 들어선다고?"

포항시 북구 대전리, 한 마을에 만세운동 의사 14명 배출 '만세촌'
500여m 코앞에 유기성오니·폐수처리오니 등 취급 폐기물처리장 허가
주민들 "허가 변경 과정 주민들 동의 절차나 설명 없었다" 분통
사업자 뒷북 사업설명회·포항시 "건축물 용도 변경 과정 수용성 반영"

3·1만세운동으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일명
3·1만세운동으로 유명한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일명 '만세촌' 코앞에 폐기물처리장 허가가 난 것을 뒤늦게 안 주민들이 3·1의거기념관 앞 정자에 폐기물처리장을 반대하는 펼침막을 걸었다. 김대호 기자
지난 2018년 3월 1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일명
지난 2018년 3월 1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일명 '만세촌'에서 열린 3·1만세운동 재현행사에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 국회의원, 박명재 당시 국회의원이 앞줄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매일신문DB

"3·1운동 만세촌에 폐기물 처리장이 웬 말이냐."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인근 500여m에 폐기물처리장(폐기물종합재활용업) 허가가 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송라면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과 7번 국도변 수십 곳에 폐기물 처리장 반대 '독립만세' 펼침막까지 내걸었다. 이곳이 3·1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다.

대전리는 1919년 3·1운동 당시 청하장날 만세시위를 주도한 의사 23명 중 주민 14명이 포함돼 '만세촌'으로 불리고 있다.

때문에 이 마을에는 '대전 3·1의거 기념관'이 세워졌고 매년 이곳에서 포항시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가하는 만세의거 기념행사가 열린다. 기념관에는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등 현장학습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논란이 된 폐기물처리시설은 원래 폐목재와 합성수지 폐기물중간처리업으로 지난 2007년 허가가 난 후 소유주와 상호가 여러 차례 바뀐 끝에 지난 2018년 2월 폐기물종합처리업으로 허가를 변경하고 취급 대상을 유기성오니까지 추가했다.

이어 지난 2019년 7월에는 하수처리오니와 펄프, 제지폐수처리오니까지 추가해 폐기물종합처리업 변경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전리 만세촌' 주민들은 철저히 소외됐다. 유기성오니와 하수처리오니는 기본적으로 악취가 수반되는 처리시설이지만 주민들의 동의나 의견을 구하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

주민들은 올 봄 사업자가 공장시설 공사를 시작하고 나서야 허가 변경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지난 4월 28일 사업자는 주민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뒷북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조상모 대전1리 이장은 "단순한 님비가 아니다. 만세촌 대전리의 상징성을 보더라도 이럴 수가 있느냐. 퇴직 후 귀향해서 마을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노력하고 있는데 악취 폐기물시설 허가를 내주면서 주민들을 무시한 포항시에 대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는 뒤늦게 사업자에게 공사중단을 요청해 공사는 중단됐으며, 한국환경공단에 시설공정에 대한 기술적 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포항시 관계자는 "북구청 건축허가과에서 건축물 용도를 공장에서 자원순환시설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수용성을 반영할 방침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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