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행복의 지수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어릴 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난을 치다가 검정고무신 한 짝을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친구와 찾아 헤맸지만 어느 곳에도 그 고무신은 보이지 않았고 끝내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크게 혼 난적이 있었다. 그 시절만 해도 고무신이 떨어지면 기워서 신는 시절이었다. 요즘 같았으면 버리면 또 사면 되고 다른 신발도 많이 있지만 그때는 당장 내일 학교 갈 신발이 없어 장날이 올 때까지 맨발로 다녀야 했다. 그러니까 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운동화라도 사주는 날에는 얼마나 소중한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잠을 설치면서 꿈을 꾸곤 한 것이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 어린이들은 우산, 지우개, 필통, 등등 잊어버렸다는 개념도 없다고 한다. 찾을 생각도 없고, 없으면 친구의 것을 써도 되고, 문방구에서 새로운 것을 구입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한 것은 알고 갖고 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비가 오지 않으면 가져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집에 가지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큰 애착도 없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집 안에 필요 없는 물건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일 년 동안 쓰지 않는 물건은 필요 없는 물건이라 정리해야 된다고 한다. 없어도 하나도 불편함이 없는 물건들이 누가 줘서, 공짜라서, 아까워서, 남도 주지 못하고 버리지도 못해 쓰레기를 방불케 하는 것이 많다. 옛날에는 물건이 많아야 마음이 든든했지만 요즘은 그와 반대로 조촐하게 살아가는 생활도구가 오히려 공간의 의미를 되살려준다.

돈이 많고 물질이 풍부하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최근 통계에서는 덴마크나 핀란드, 스웨덴 등 3국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몇 년 전 히말라야의 산꼭대기에 있는 가난한 나라인 부탄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라는 발표를 보고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부탄사람들의 행복한 이유는 6가지로 말한다.

'첫째, 휴식할 수 있는 집이 있고, 둘째,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고, 셋째, 입을 수 있는 옷이 있고, 넷째, 나 아닌 누구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고, 다섯째, 우리를 위해 언제나 선정을 베푸는 왕이 있고, 여섯째, 항상 가까이 있는 부처님께 기도할 수 있다.' 너무나 평범한 바람 속에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부탄에서는 4S의 삶을 지향한다고 한다.

'첫째 Simple 단순하게 산다. 둘째 Small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셋째 Smile 화내지 않고 웃으며 산다. 넷째 Slow 천천히 느리게 산다'는 것이다.

산업, 물질, 경제적인 가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삶과 행복의 본질을 생각하는 부탄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에 일상화된 불법수행을 통하여 서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서 기인한다. 사회 지도층은 국민에 대해서 철저히 하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길을 찾아 노력하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은 불법의 가르침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고 한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가난할 때 쌀밥 한 그릇 먹는 것이 소원일 때도 있었다고 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그러면 지금은 마음껏 먹을 쌀밥이 항상 있고, 입고 싶은 옷이 있고, 어디를 가고 싶으면 자가용을 타고 갈 수 있고, 없는 것이 없는 세상, 지금은 그때보다 더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 것 같다. 물질이 풍부하면 인간이 가져야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인간을 경시하게 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 점점 물질적 풍요와 개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중하게 됨에 따라 삶의 가치가 물질적 요소로 치중하게 된다. 그래서 행복의 기준도 물질의 풍요로 잘못 이해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다. 물질에 대한 풍요가 결국은 정신적인 빈곤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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