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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어린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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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현 동화작가
박채현 동화작가

"야야, 그래도 살아온 날이 쉽데이."

머리에 성상이 하얗게 내려앉은 엄마의 말이다.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엄마의 뼈마디에 쌓인 시련을 봐왔다. 그토록 힘든 일들을 겪어왔으니 이제 더 무엇이 두렵겠나 싶은데.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다가올 일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지난 일들은 쉽게 떠오른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그림도 선명하다. 일이 어떻게 될지 알기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훨씬 나은 삶을 살 것도 같다. 반면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볼 수 없기에 두렵고 불안하다. 자연히 이 걱정 위에 저 걱정이 쌓인다.

엄마의 말은 과거가 만만하다는 뜻이 아니다. 어려운 일을 지났다는 안도일 뿐이다. 과거는 엎질러진 물과 같다. 분초를 수정할 수 없고 토씨 하나 바꿀 수 없다. 오히려 미래를 바꾸는 게 쉽다. 현재의 내 모습이 과거의 산물이듯, 현재의 내 모습 또한 미래의 산물이 될 테니까.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현재의 내가 움직이면 된다.

건강한 어린이는 표정이 다양하다. 어린이는 매시간 웃거나, 울거나, 화내거나, 까불거린다.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몸과 마음이 현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어른처럼 어제에 얽매이거나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장래를 위해 지금 참으라는 말은 어린이를 모르는 주문이다.

어린이는 현재에 충실하다. 우주선을 타는 공상이나 마법사가 되는 상상도 지금 즐거움을 얻으려는 놀이다. 지금 재미있게 노는 것이 중요하기에, 전쟁 중에도 어린이는 웃고 뛰논다. 그런 어린이를 보며 어른들은 무시 반, 부러움 반 섞어 말한다.

"애들이 무슨 걱정이 있겠어."

어린이는 마냥 평안하여 웃는가. 그렇지 않다. 어린이는 양육자가 제공하는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모든 것이 좋을 리 없다. 그렇다고 어린이가 노력해 당장 이루어내거나 바꿀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어린이는 다만 현재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을 뿐이다.

오는 내일을 막을 길은 없다. 걱정하는 일도 때가 되면 오기 마련이다. 막상 닥치면 예상과 다른 경우도 많다. 왜 걱정했는지 의아해질 때도 있다. 그런데도 걱정을 자주 하는 사람은 습관처럼 걱정부터 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했다면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걱정 대신 무엇을 해야 하지?' 이 물음이 떠도는 걱정을 가라앉힌다. 자신의 능력과 처지에 맞게 차근차근 살피면 길이 보인다. 길이 보이면 방법도 보인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미리 대책을 세워 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결과를 받아들기도 쉽다.

내일을 위해 현재를 모두 희생하자는 말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한다고 해도 그 방법이 너무 버겁다면 현재를 놓치게 된다. 가장 희망적인 일을, 가장 즐겁게 할 방법을 생각해 보는 거다.

지금, 바로 여기에 발을 디디고서, 어린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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