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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서거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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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누군가의 부고 기사를 쓸 때면 고민에 든다. 사망, 별세, 타계, 작고, 영면, 서거, 운명, 임종…. 죽음을 표현하는 단어가 너무도 많은데 어떤 말을 써야 하나. 망자의 신분, 지위, 업적 등에 따라 쓰이는 단어의 뉘앙스가 다르다. 대통령 서거, 총리 별세, 국회의장 타계 이런 식이다. 성직자는 또 다르다. 가톨릭은 선종, 개신교는 소천, 불교는 입적·적멸 등의 표현을 쓴다.

죽음을 의미하는 한자어는 줄잡아 수십 개나 된다. 순우리말은 상대적으로 적다. 숨지다, 돌아가시다, 하늘나라로 가다, 눈감다, 세상 뜨다, 잠들다 정도다. 찾아보니 '땅보탬'이라는 말도 있다. '죽어서 땅에 묻힌다'는 의미로 국어사전에 등재된 순우리말이다.

영미권에서 죽음을 뜻하는 단어는 그리 많지 않다. die, pass away, meet death 등 10개 안팎.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죽음을 의미하는 낱말이 다양하다. 높임말 문화와 한자어 유입, 유교 문화 영향 때문이다. 사람은 평등한데 망자의 생전 지위와 명망에 따라 부고에 차별을 두는 것이 온당한가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노태우 제13대 대통령이 지난 26일 영욕의 생을 마감했다. 언론은 전직 대통령의 부고 기사에 '서거'(逝去)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이번에 어떤 표현을 쓸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진영에 따라 용어가 갈렸다. 진보 쪽은 '사망'이란 표현을, 보수 쪽은 '별세' '서거'라는 제목을 1면에 달았다. 방점을 공과 허물 가운데 어느 쪽에 두느냐에 따른 시각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헌정을 유린하고 비자금 조성 등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국민 손에 의해 직접 뽑힌 대통령이자 민주화 등 공도 크며 과오에 대해 국민께 사과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다르게 볼 지점은 여기에 있다. 영정 앞에서 사람들은 망자의 허물을 덮어두고 공을 기억한다. 진보 진영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국가장으로 노 전 대통령 장례를 치르기로 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잘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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