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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잿더미 된 고산서당, 구멍 뚫린 대구의 문화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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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선생이 머무르며 제자들을 가르쳤던 고산서당이 지난 20일 새벽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대구시 지정 문화재 제15호이자 수성구 유일의 문화재 지정 건축물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지자체의 관리가 이토록 허술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고산서당은 1573년 지어진 이후 퇴계 이황·우복 정경세 선생이 대구 유생을 상대로 강론을 펴던 유서 깊은 공간이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철거되는 수난을 겪었으나 1879년 제자리에 복원됐고 1984년 대구시 지정 문화재로 등록됐다. 그나마 퇴계의 위패는 별도로 사당에 보관돼 이번 화마(火魔)를 피했으나 퇴계가 문구를 정해 줬다는 문액(門額)은 불타 없어졌다.

고산서당은 행인의 화재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30분도 채 안 돼 완전 소실되고 말았다. 고산서당은 화재 및 방화 범죄로부터 세심한 보호를 받아야 할 문화유적인데 서당은 물론이고 주변에 그 흔한 CCTV 하나조차 여지껏 설치돼 있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고산서당은 소방법상 일반 대상물로 지정돼 있어 소화기만 배치돼 있을 뿐 정기 소방점검 대상에도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 많다고 할 수도 없는 시 지정 문화재가 이토록 허망하게 사라진 것과 관련해서 대구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성구청 역시 고산서당 옆에 전통문화교육관을 건립하고 한옥촌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혈세 들여 사업 벌이는 데 들어가는 관심만큼 문화재 지키기에도 관심을 뒀느냐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숭례문·내장사 대웅전 소실 사건에서 보았듯 목조 문화재는 한번 불이 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 대구시와 각 구·군청은 지금이라도 육신사, 도동서원과 고찰(古刹) 등 대구에 산재한 목조 문화재에 대한 긴급 화재 예방 점검에 나서고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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