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끝나지 않는 대학 원룸가 쓰레기 무단투기…단속 카메라도 무용지물

쓰레기 과태료 매년 1만3천건…대학가가 40% 많아
4년 동안 9억원 들여 CCTV 231대 설치해도…단속은 연간 20건
주민 특성에 맞춘 제도와 주변 시스템 개선이 함께 마련돼야

설 연휴 막바지인 지난 2일 경북대학교가 있는 북구 복현동 일대 대학가를 둘러본 결과 골목 곳곳마다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구민수 기자
설 연휴 막바지인 지난 2일 경북대학교가 있는 북구 복현동 일대 대학가를 둘러본 결과 골목 곳곳마다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구민수 기자

대학 주변 원룸가 등 1인 가구 주거 밀집지역의 쓰레기 무단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단속 카메라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지만 관리 및 운영상 어려움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 쓰레기 과태료 매년 1만3천건…대학가가 40% 많아

8일 오후 5시쯤 찾은 북구 태전1동 원룸주택 밀집지역. 한 빌라 건물의 전봇대 앞에는 '이곳은 쓰레기 배출 구역이 아닙니다'라는 북구청의 경고문에도 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들이 마구잡이로 널브러져 있었다.

이 건물의 주인인 A씨는 "나도 쓰레기 버리려는 사람한테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결국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인 박모(28) 씨는 "매일같이 여기를 지나다니는데 너무 지저분하다"며 "겨울에는 좀 낫지만 여름에는 악취가 진동한다"고 했다.

또 다른 원룸주택 밀집지역인 달서구 신당동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떡볶이, 치킨 등 음식물 쓰레기가 배달용기에 그대로 담긴 채 원룸 건물 앞에 버려져 있었고 대형 폐기물 처리 신청을 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된 매트리스와 가구들도 눈에 띄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4년 사이 대구시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및 과태료 부과 건수는 매년 평균 약 1만3천7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로는 달서구가 약 3천97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북구 3천670건, 남구 2천800건 순이었다.

특히 대학가 주변 동네일수록 무단 쓰레기 배출이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대구보건대가 있는 북구 태전1동은 지난 4년간 무단투기 과태료 부과건수가 매년 평균 700건에 달했다. 북구 전체 평균 과태료 부과 건수인 500건보다 40% 많았다.

같은 기간 경북대가 있는 북구 산격3동은 약 560건을 기록했다. 계명대가 있는 달서구 신당동도 지난해 한 해만 무단투기 과태료 부과건수가 1천53건에 이르는 등 상황은 비슷했다.

◆수억원 들여 단속 카메라 곳곳에 설치해도 무용지물

북구청은 쓰레기 무단 투기 방지를 위해 대학가 원룸촌 곳곳에 고정식 카메라 136대, 이동식 카메라 95대를 설치했다. 약 7억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지난 4년간 단속 카메라로 인한 단속 건수는 모두 82건에 불과했다. 1년에 20건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감시 카메라를 통한 단속 건수가 적은 이유는 단속 카메라에 찍힌 인상착의로는 불법투기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착용한 탓에 단속 카메라를 아무리 돌려봐도 성별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대구교육대학교가 근처에 있는 대명2동에도 골목 곳곳에 불법투기 감시용 카메라 및 경고문이 설치됐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 주민 특성에 맞춘 제도와 주변 시스템 개선이 함께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쓰레기 무단 투기 방지를 위해 주민 특성에 맞는 교육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생 중심의 환경 교육에서 벗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정숙자 대구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활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무단투기 문제도 같은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젊은 친구들에게 맞춰 SNS나 유튜브를 통한 홍보 캠페인을 벌이거나,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한 학생을 모델로 만들어 장학금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룸가 주변 분리배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숙자 사무처장은 "거점 분리배출 구역을 설정하고, 건물별 분리배출 시스템을 더 촘촘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혁 대표 역시 "원룸가는 일반 아파트보다 분리배출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클린하우스같은 거점 배출 구역을 통해 재활용 분리수거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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