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쟁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헌정 사상 가장 적은 득표율 차로 이기면서 일각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나온다. 이 대표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집중한 나머지 20대 여성의 민주당 결집을 불러왔다거나 '세대포위론'이라는 허상을 쫓느라 정권교체 열망에 비해 민심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이 대표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시착한 여객기 사진과 함께 "'왜 라구아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가 올린 사진은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US에어웨이즈 불시착 사고로, 해당 여객기는 새와 부딪혀 비행기 엔진이 망가졌지만 조종사가 기체를 강에 착륙시켜 승객 150명 전원을 구했다. 이 때문에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사고 후 조사 과정과 공청회에서 왜 공항으로 회항하지 않았는지를 놓고 책임론에 시달렸다.
이에 이 대표가 자신의 선거 전략이 옳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 개표 이후 이 대표가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해 2030세대 여성 표심이 떠나가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당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를 겨냥해 "2030세대, 이대남·이대녀를 갈라치는 행태는 정치권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실 (윤 당선인이) 넉넉하게 이길 수 있는 걸 간신히 이겼다"며 "대선이 이틀이나 하루만 길었어도 질 수도 있었다"고 했다.
여기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젠더 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패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론 조금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어쨌든 20대 특히 30대 초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가 싶다"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이대남·이대녀 갈라치기, 분탕질만 했다", "젠더 갈라치기로 지지율 대폭 떨어트렸다" 등 이 대표를 향한 비판 글도 잇따랐다.
이 같은 지적은 9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의 20대 예상 득표율은 45.5%였는데 이재명 민주당 후보(47.8%)에게 오히려 뒤지는 걸로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애초 이대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20대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겠다는 기대와 반대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2030 여성이 선거 막판 이 후보 쪽으로 급격하게 몰려 이대남의 윤 당선인 지지를 상쇄한 것.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40~50대 중장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 대결 구도가 이전처럼 유지됐고, 2030세대에서 승리가 아닌 박빙 열세가 만들어져 이 대표의 세대포위론이 사실상 무력화된 양상이 연출됐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대구 달성군)는 "원래부터 20·30대는 전부 우리 당을 외면하는 상황이었던 걸 기억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20대와 30대에서 상당한 표를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당의 전반적 노력과 함께 이 대표의 젊은 층 득표력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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