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검을 양손에 들고 두 명이 춤을 추는 듀엣 공연을 그린 '쌍검대무'는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30점 중 가장 많은 인물이 나온다. 긴 무대를 오가며 일합을 겨루는 두 춤꾼, 두 명의 관람객, 이들을 시중드는 두 기녀, 세 명의 청소년, 제일 아래에 좌정한 악사 등 16명이다. 이들의 위계와 신분은 자리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각각의 인물은 생김새와 옷차림, 자세와 태도, 얼굴빛과 수염은 물론 표정까지 한 명 한 명 개성이 넘친다.
작은 화첩에 이렇게 많은 인물을 그리면서 2자루의 부채와 차면선, 대나무 안석, 3개의 긴 담뱃대와 흡연용품, 7장의 돗자리, 4종류의 모자 등이 실감난다. 모자는 무대복인 전복 입은 춤꾼이 쓴 무관의 전립, 양반과 악사의 흑립인 갓, 악사 중 제일 오른쪽 고수(鼓手)가 쓴 끝이 뾰족한 말뚝벙거지, 3명의 청소년 중 한 명이 쓴 노란 초립 등 4가지가 나온다. 서있는 심부름꾼 소년은 그냥 땋은 머리다.
모자의 묘사도 허투르지 않아 전립 안쪽이 파랑색임도 알려주고, 갓끈을 풀어 갓을 뒤로 제꼈는가 하면 제일 아랫단 여섯 개의 검은 갓과 한 개의 벙거지는 형태와 기울기의 각도가 자연스러운 리듬을 이루며 화면 구성을 탄탄하게 받쳐준다.
무대와 가장 가까운 귀빈석의 관람자는 접은 부채를 거꾸로 들고 있다. 부채에 달린 선추의 끈목이 부채머리에 두 번 돌려져 있고 길쭉한 선추가 수평인 것을 보면 이 분은 지금 선추를 빙빙 돌리며 공연을 관람하는 중이다. 마치 요즘 사람들이 손에 쥔 필기구를 무의식중에 손가락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일 아래 제일 왼쪽 인물은 두 명의 검무기생과 6명의 반주자를 거느린 이 공연단의 수장이다. 지금으로 치면 연예기획사 대표다. 이 분이 푸른색으로 테를 두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이 대규모 예능인을 거느리고 있는 데 대한 예우다. 귀빈석 보다는 연하고 좁지만 테를 두른 두 장의 돗자리 중 하나다. 이 분은 차면선을 들었다. 부채는 아니지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고, 휴대하며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것은 같아 '얼굴을 가리는 부채'라고 했다.
춤은 바야흐로 홍치마가 청치마를 무대 끝까지 몰아 부친 위기상황으로 곧 최후의 접전으로 승부가 판가름 나기 직전이다. 둘 중 승자는 누구일까? 청치마다. 청치마의 얼굴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 증거는 칼자루 끝에 달린 장식품이다. 그래서 관객은 처음부터 우리 편을 응원하며 두 춤꾼의 검무를 관람한다. 풍속화의 재미가 깨알 같다.
미술사 연구자





























댓글 많은 뉴스
'최고가격제'에도 "정신 못차렸네"…가격올린 주유소 200여곳
대구 취수원 이전 '실증 단계' 돌입…강변여과수·복류수 검증 본격화
경북 서남부권 소아·응급·분만 의료 인프라 확충
1시간에 400명 몰렸다… 고물가 시대 대학가 '천원의 아침밥' 인기
대구시, 11월까지 성매매 우려업종 점검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