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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역대 공약 이행률 40%, 윤 정부는 달라야 한다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역대 정부의 대통령 선거 공약 이행률을 살펴보면 형편없는 결과와 마주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 체크 사이트인 '문재인미터'에 따르면 최종 공약 이행률은 37%였다. 총 876건의 공약 중 완료는 324건에 그쳤다.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키려고 고집한 공약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권력기관 개혁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다수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찰의 수사권 폐지에 동의했다. 다른 수백 가지 공약은 어물쩍 뭉개면서 '전(前) 정권 방탄용 검수완박'을 이뤄낸 것이다.

사실 앞선 정부에서도 대통령 공약 이행률이 50%를 넘은 정권은 한 곳도 없다. 각 정권의 공약 이행률을 분석한 주체와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경실련 평가에 의하면 김대중 정부의 공약 이행률은 18.2%에 불과했다. 내각제 개헌, 만 5세 이하 아동 무상교육 등은 김대중 정부가 지키지 못한 대표적인 공약들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공약 이행률은 43.3%에 머물렀다. 그가 약속했던 경제성장률 7%, 일자리 250만 개는 목표치를 한참 밑돌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률도 각각 39.5%, 41%에 그쳤다.

북핵 폐기를 외쳤던 이명박 정부는 되레 남북 관계를 악화시켰고, ​세계 7대 강국·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경제성장률 7% 달성이라는 '747 공약'은 뜬구름 잡기로 귀결됐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국민 대통합'은 이행률이 '제로'였다.

대통령의 공약은 임기 동안 펼칠 국정 운영의 청사진이자,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하지만 집권을 하면 이후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역대 정부의 낮은 공약 이행률이 이를 말해 준다. 이미 한국 정치는 정파성으로 두 동강이 났고, 표를 위해서라면 실현 가능성은 고려치 않고 내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했다.

국민들 또한 지지하든 안 하든 집권 이후 공약 이행 여부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언론 역시 공약이 정책과제로 연결되어 충실히 진행됐는지 묻고 비판하지 않았다. 해당 정부에 대한 평가는 공약 이행이라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 성패를 따져야 할 것이다. 임기 말에 그간의 성과만 포장하는 자화자찬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이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1호 공약'인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이 약속대로 이행된다니 다행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처음 약속한 600만 원에 대해 선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혀 '공약 후퇴가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코로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병장 월급 200만 원' 공약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현재 67만 원인 병장 월급을 내년도 100만 원, 2025년 150만 원으로 인상 계획을 제출했다. 부족분은 전역 시 자산 형성 프로그램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강제징집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에게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상하는 것도 염치 있는 정부의 도리다.

윤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었다. 약속은 말한 대로 지키는 것이 상식이다. 신의는 개인에게도 최고의 덕목이듯이 국민에 대한 정부의 약속은 금석맹약(金石盟約)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통합신공항 조기 건설 등 대구경북을 위한 지역 공약도 우리는 기억한다.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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