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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명당의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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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밥 먹었냐"만큼 "벌초(伐草) 했냐"는 인사말이 오가는 때가 됐다. 추석이 보름 앞이다. 설의 핵심이 '세배'이듯 추석의 큰 일 중 하나는 '성묘(省墓)'다. 묘를 살핀다는 뜻 그대로다. 돌보는 건 후손의 몫이다. 벌초 때가 되면 내 조상 묘만 보이는 게 아니다. 누구네는 부지런히 벌초를 마쳤고 누구네는 올해도 안 왔나 보더라며 평판을 나눈다. 아우라가 넘실거리는 세칭 명당(明堂)도 눈에 들어온다. 막눈이 봐도 여느 묘와 다르다. 후손의 부와 명예, 사회적 입지 정도에 따라 가치는 더 오른다.

몇 해 전부터는 후손이 찾아가기 편한 곳이 명당이라는 말이 나온다. 벌초도 제때 하고, 제대로 돌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도 그럴 것이 첩첩산중에 은거하듯 숨은 묘를 멧돼지가 파헤쳐 몇 년 새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드물지 않다. 고사리와 잡풀이 그 위에 자라면 영락없는 산길이다. 깊은 산골에 있을수록 좋았던 묘는 아무도 모르게 묻었다는 단종의 묘, 영월 장릉 정도이지 않을까.

해외에서는 묘를 도심 가까이 두는 경우가 적잖다. 일본 주택가에서 공동묘지를 마주하는 건 흔하다. 봉분 형태가 아니라 벌초의 수고는 던다. 유골을 화강석 구조물 아래 모신다. 생각날 때마다 가서 기억을 되살린다. 칼 마르크스가 묻힌 런던의 하이게이트 묘지나 쇼팽이 잠든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는 관광지다. 영면(永眠)이 소재인 박물관이다. 숲과 어우러져 있으니 산책하며 명상하기 알맞다는 이들도 있다. 입장료(하이게이트)를 받아도 군말이 없다.

점촌함창IC를 코앞에 둔 상주 함창 나한리에 공설추모공원을 건립하려던 상주시의 계획이 암초에 부딪혔다. 나한리는 행정구역상 상주시에 있지만 문경시청은 물론 3천 가구가 밀집한 아파트 단지와 500m 거리다. 문경 시민들의 힐링 공간인 매봉산 너머에 미리 언질도 없이 추모공원을 짓느냐는 배신감에 가까운 섭섭한 감정이 분출된다. 후손의 안녕을 위한 명당이 분란의 중심에 선다면 더 이상 명당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시킬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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