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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구들목 장군

6.1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김영진 기자kyjmaeil@imaeil.com
6.1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국민의힘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김영진 기자kyjmaeil@imaeil.com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구들목 장군'이라는 말이 있다. 제 집에서는 위세를 부리지만 밖에선 목소리를 못 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골목대장' '안방 퉁수'도 있다. 요즘 대구경북의 몇몇 국회의원들을 보면 '구들목 장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보수의 심장' TK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금배지를 달았지만, 이들 중에 여의도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선량(選良)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국민의힘 당 수습 및 쇄신에서도 TK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잘 안 들린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니 초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재선·3선이 되어도 중진 대접을 못 받는다. TK 국회의원들이 중앙 정치 무대를 쥐락펴락한 게 도대체 언제적 일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TK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존재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역구에서 이들의 위세는 실로 대단하다. '국민의힘 공천은 곧 당선'이라서 더 그렇다. TK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행차하면 지방자치 현역 및 지망생들이 만사 제쳐 놓고 눈 도장을 찍으러 간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니 그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한다. 대구경북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TK 신공항)과 관련해 몇몇 TK 국회의원들이 보이는 태도는 유감스럽다. TK 신공항 잘되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딴죽을 거는 격인 국회의원들이 없지 않다. 특히 군위군 대구시 편입 문제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TK 신공항 성공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촉박하다. 여러 면에서 경쟁 관계인 가덕도신공항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특별법이 통과됐으며 정부는 공사 기간 단축마저 검토하는 등 가덕도신공항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공항 건설 주체도 부산시와 국토부 두 곳뿐이라서 의사 결정에서 유리하다.

TK 신공항은 어떤가.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국방부·국토부 등 공항 관련 기관만 6곳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 기관의 이견이 노출되면 진척이 한없이 더뎌질 수 있는 구조다. 가덕도신공항은 민간 공항만 짓지만 TK 신공항은 군부대 이전, 기부 대 양여 방식에 따른 주간사 선정, K-2 후적지 개발 등 난제가 첩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몇몇 경북 국회의원들은 "군위군 대구 편입과 TK 신공항 꼭 연계할 필요가 있나?" "땅도 주고 사람도 다 줬는데 얻는 게 뭐냐"라는 말까지 한다. 군위군이 틀어 버리면 TK 신공항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음을 잘 아는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 속내는 무엇인가. 군위가 대구에 편입되면 2024년 총선에서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한 데다 국회의원 의석이 한 자리 줄 수 있어서 그리한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인가.

요즘에 '선당후사'(先黨後私·당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앞세움)라는 유행어가 정치권 화두다. 하지만 반대로 행동하는 여야 정치인들이 너무 많아 대한민국 정치가 이 모양이다. 모름지기 국회의원이라면 나랏일 못지않게 지역의 공동 이익도 추구해야 한다. 굳이 조어(造語)하자면 '선지후사'(先地後私·지역을 먼저 생각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몇 TK 국회의원들을 보면 선지후사는커녕 '선사후지'(先私後地·지역보다 자신을 먼저 챙김) 아닌가 의심해야 할 판이다. 무엇이 중한가. 구들목 장군 노릇 해서 정치생명 연장을 시도한다고 한들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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