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통령과 힌남노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한국인들에게 '태풍'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사라'(1959년)와 '매미'(2003년)다. 무려 63년과 20년가량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인들의 뇌리에 트라우마로 남을 만큼 무섭고 강력했으며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6일 아침, 이번엔 역대급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최대풍속'이 빠를수록 강하다. 상륙한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50h㎩(헥토파스칼), 최대풍속은 초속 43m로 예상됐다. 일 최대풍속은 매미(51.1m)보다 다소 약하지만, 중심기압은 사라(951.5h㎩)와 매미(954h㎩)를 능가한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이다.

그동안 인명 피해는 사라가 849명의 사망·실종자를 냈고, 베티(1972년) 550명, 셀마(1987년) 345명, 루사(2002년) 246명 순이었다. 역대 재산 피해는 루사(2020년)가 5조1천479억 원으로 가장 컸고, 매미 4조2천225억 원, 에위니아(2006년) 1조8천344억 원, 올가(1999년) 1조490억 원 등이 1조 원이 넘는 피해를 남겼다. 매년 태풍의 계절이 오면 정부는 각종 비상 대책을 세워 대비했지만, 자연의 강력한 힘 앞에 인간의 한계를 실감했다. '힌남노' 대처에 색다른 점은 대통령이 단순 지시를 넘어 직접 진두지휘(陣頭指揮)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행안부 장관에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선제적 가동을 주문하고, 4일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대통령실 참모, 정부 부처 장관·청장뿐만 아니라 시·도 단체장까지 참여하는 종합 점검회의를 주관했다. 힌남노 상륙 하루 전인 5일에는 민방위복을 입고 출근,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중략)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모든 공무원과 국민 여러분이 일치단결해 노력하면 우리 가족과 이웃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5~6일)은 제가 비상대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연의 힘은 강력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진심'이 공무원들과 국민들에게 전해져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역대급 태풍 힌남노의 도전을 슬기롭게 이겨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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