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전 오가는 어르신 화투…놀이인가, 노름인가

갈 곳 없는 노인들 '도박' 괜찮을까…치매 예방에 도움 된다는 의견도
경상감영공원 일대 노인들 화투, 장기 내기…음주, 도박 금지에도 아랑곳
도박 기준 모호, 뇌활성화에 도움된다는 의견도

15일 오후 대구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5일 오후 대구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집에 있느니 나와서 사람도 만나고 해야 좀 사는 거 같지."

대구 경상감영공원 벤치 근처에서 또래 노인 4명과 화투패로 짝 맞추기를 하고 있던 장모(80) 씨는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장 씨는 "동전 쌓아두고 하는데 도박이라 하면 안 된다. 이거라도 안 하면 머리 쓸 일도 없고, 여기 오면서 바람도 쐬고 몸도 움직인다"며 "사람 많은 곳은 가지도 못하는데, 여기는 늦게 오면 왜 늦었냐 물어주는 사람도 있고 좋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중구 경상감영공원 곳곳에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노인도 있었지만 여러 명이 막걸리를 마시거나 화투를 치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였다. 공원에는 빈 벤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공원 주변으로 기원, 화투방, 성인텍 간판이 눈에 띄었다.

경상감영 공원 관계자는 "공원 내에서 음주나 도박은 금지인데 어차피 말도 잘 안 들으시고 도의상 주의 정도만 주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노인들이 다시 도심 공원으로 모이고 있다. 공원에 모인 노인들이 돈을 걸고 화투나 장기를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도박' 신고 등이 잇따르고 있지만, 소액으로 여가를 즐기는 노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15일 오후 중구 경상감영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세연 기자
15일 오후 중구 경상감영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세연 기자

경찰에 따르면 경상감영공원을 맡고 있는 중부경찰서 서문지구대에는 노인 도박 관련 신고가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 온다. 내기 패배자의 보복성 전화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주취자의 장난 전화 등 허위 신고도 상당하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면 어르신들의 오락 수준으로 사안이 경미해 해산 조치를 주로 한다"며 "도박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도 않아서 입건하기도 모호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따금 합동 점검을 통해 도박에 관한 경각심을 주고 있지만, 오히려 노인들이 공원에 모여 놀이를 즐기는 것이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한다는 의견도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손을 움직이는 활동이 중요한데 사행성 도박, 불법 도박이 아니라면 뇌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석선 중구치매안심센터장은 "의학적으로 화투 자체가 치매에 도움 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손가락의 소근육을 사용하는 작업은 권장하고 있다"며 "사람들이랑 어울리며 내기를 할 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고 모방하거나 감정 표현을 할 경우 뇌가 자극되고 두뇌 활동이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공원같이 편안한 자리가 아닌 곳에서 내기를 위해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다리나 허리 등에 근육통이 올 수 있고, 아무리 실외라도 2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기 힘든 곳에서 40분 이상 계시는 것은 방역상 권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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