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 항간에 나도는 이른바 '쌍방울 커넥션'설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짧은 해명이다.
내 속옷 중에도 쌍방울 브랜드 속옷이 있다. 이 대표도 알고 있을 정도로 쌍방울은 60년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토종 속옷 기업이다.
쌍방울이 수상하다. 60년 된 속옷 기업에 이재명 커넥션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의 한가운데 섰다. 한때 프로야구단을 창단 운영할 정도로 잘나가던 쌍방울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도가 나, 회생 절차를 거쳐 2010년 현재의 경영진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오너'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의 기업인 이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호남 조폭 출신'이라는 폭로도 제기됐다.
쌍방울이 이 대표와의 커넥션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깨어 있는 시민연대당'이라는 단체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검찰은 그러나 대선 때까지 수사를 미적거렸고 정권 교체 후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쌍방울의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가능성을 적시한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쌍방울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모 변호사 등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외에도 쌍방울은 변호사들을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전 의원은 물론 조계원 전 경기도 정책수석과 청와대 인사를 쌍방울과 계열사 사외이사로 기용해 자금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대표의 불법 대선 조직을 구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란 단체는 쌍방울 건물에 입주, 9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경기도와 대북교류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 적도 있다. 쌍방울 CEO 등 고위 임원 4명은 이 대표에게 개인 최고한도 후원금을 내는 등 쌍방울의 이재명 후원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쌍방울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비정상적으로 이 대표 측을 후원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특정인의 '사금고나 비자금 저수지'가 아니라면 기업 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정치권 인사와 변호사를 필요 이상으로 사외이사 등으로 기용, 지원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나쁜 놈을 때려잡고 민생을 돌보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을 '집단 이지메'시키면서 수사권을 축소했고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다시피 하는 '검수완박'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도적은 활개를 쳤고 나라 곳간은 비다시피 했다. 도적들이 검찰을 때려잡는 적반하장의 시대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관련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가뒀다. 쌍방울을 비롯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는 모두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지 이 정부가 기획한 적폐 수사가 아니다. 쌍방울에 대한 검찰 수사도 민주당이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비난한다면 조폭 기업 의혹에 휩싸이기도 한 쌍방울도 야당이란 말인가?
성남시장 시절 "도둑 잡는 게 도둑에겐 보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보복이 아니라 정의와 상식의 구현으로 보인다.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만날 해도 된다"라고 주장한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된 지금, 자신이 쓴 글이 부끄럽지 않을까?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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