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어' 외친 시민, 고의 사고 의혹 규명될까… "사고 예방 못한 국가 책임도 물어야"

피신 막은 '가드' 처벌은 불가능, 착한 사마리아인법 번번히 무산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도심에서 155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책임 공방이 거세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법적 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지역 법조계는 예견된 사고를 막지 못한 경찰을 비롯한 국가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일부 시민들이 고의로 앞사람을 밀어 사고를 유발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목격자 진술이 엇갈려 추가로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참사 당일부터 SNS 중심으로 사고 당시 일부 시민들이 앞사람을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해당 의혹에 대해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축제 참가자에 대한 형사 책임은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우선 고의로 앞사람을 밀었다면 사고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과실 치사상이나 폭행 치사상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아래쪽 사람들이 압사될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인근 가게로 몸을 피하려 하자 가게 직원들이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의혹도 규명이 필요하다.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지 않은 가게 직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구조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곤경에 처한 타인을 구하지 않은 이들을 처벌하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은 국회에서 몇 차례 도입이 논의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경찰이나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지만 별다른 행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좁은 골목길을 정비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지역 법조계는 극도의 혼잡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경찰을 비롯한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은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경찰관은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정법이 전문분야인 우혜정 변호사(법무법인 법여울)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는 수년간 10만명 이상이 참가했고, 경찰도 이미 자체적으로 많은 참가자를 예상했다"며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이고 그 위반에 과실이 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과거 판례에도 경찰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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