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에 보낸 공문에서 참사가 아닌 '이태원 사고'라고 표시하고 희생자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쓰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0일 보낸 합동분향소 설치 공문을 통해 10월 31일부터 별도 종료시점까지 시도별 1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설치 장소는 시도 청사를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인근 공공기관을 활용하도록 했다. 또 주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질서가 유지되는 조용한 실내 공간으로 명시했다.
분향소 표시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하고 제단 중앙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쓰고 주변을 국화꽃 등으로 장식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는 부분에는 굵은 글씨로 강조하기도 했다.
영정사진이나 위패는 생략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정부가 이 같은 지침을 내린 것을 두고 야권 등 일각에서는 사건을 축소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망자는 죽은 사람을 가리키고, 희생자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는 '희생자'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시키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 애도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합동 분향소 명칭만 봐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분향소'로 돼 있다"며 "이태원 참사의 155명 희생자가 그냥 죽은 사람인가. 정부 눈에는 그리 보이느냐.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정부가 어찌 이리 무도하고 이중적이며 잔인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참사를 참사라고 부르지 못하고 희생자를 희생자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인가"라며 "지금 당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 분향소'로 정정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망자 등 정부의 용어 사용에 있어서 혼동과 논란이 있다'는 질의에 "책임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 용어 사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는) 사망자와 부상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가해자와 책임 부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거나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 용어가 필요해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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