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황현 농업회사법인 어스 대표 "모델일이 도전이었듯 농사도 내겐 큰 도전"

귀농 전 서울에서 패션모델 활동…국화 농사 지으며 의성에 눈도장
틈새시장 노려 다양한 꽃차 제조…소위 '못난이 과일'도 온라인 판매

농업회사법인 어스 이황현 대표. 이 대표 인스타그램 캡쳐.
농업회사법인 어스 이황현 대표. 이 대표 인스타그램 캡쳐.

귀농귀촌을 꿈꾸는 젊은층들 중 농사를 '사업'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성과를 내고 주목받는 청년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결국 농촌에 또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인구를 농촌에 정착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북 의성에서 만난 이황현 농업회사법인 '어스' 대표는 기꺼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어스'는 꽃을 이용한 다양한 차 제품을 만들어 판다. 꽃에다가 말린 과일 칩 등을 넣어 맛과 향, 그리고 건강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생산한 차 제품은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작은 카페 위주로 납품이 되고 있고, 온라인 매장 '꽃농부'와 서울의 '상생상회', 의성 내 일부 매장에 판매가 되기도 한다. 또 온라인으로는 모양은 예쁘지 않지만 맛과 품질은 문제가 없는 소위 '못난이 과일'을 수매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대구 출신인 그가 의성을 선택한 건 회사를 차릴 때 도와 준 친구가 의성 출신이었고, 의성의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 프로그램처럼 창업을 위한 여러 지원책이 이 대표의 상황과 맞아떨어진 덕분이었다.

"차를 선택한 건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귀농귀촌을 결심한 후 인근 마을 촌장님과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고 그 때 들었던 조언대로 했더니 성과도 났었거든요. 그래서 '꽃차를 다뤄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차류는 대부분 대기업이 잡고있는 상황인데 꽃차는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했거든요. 그걸 노렸죠."

이 대표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장 '꽃농부'는 이 대표가 생산하는 꽃차와 다양한 과일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름을 '꽃농부'라고 지은 이유는 꽃차를 팔기도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국화 농사를 지어 차로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자신도 귀농 전에는 서울에서 5년 동안 패션모델 일을 했었기에 명불허전 '꽃농부'이기도 하다.

올해 29세인 이 대표가 연고가 거의 없는 의성에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수반됐다. 농가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그래서 주변 마을로 많이 인사를 다녔고,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답해드렸다. 국화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도 재료 조달과 동시에 농민들의 마음을 알아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그렇게 이 대표는 의성에서 '청년 농업 사업가'로 눈도장을 찍게 된다.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선배 격인 이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를 제안했다.

"농촌을 블루오션으로 보는 분도 있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보는 분도 있는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농촌에 와서 3년 안에 수익을 내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곳은 완전한 레드오션이에요. 게다가 도시에서 창업하는 것보다 기반을 구축하는 게 더 오래 걸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유롭다기 보다는 사업하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오히려 도시보다 더 부지런해야돼요. 농사일에는 일요일이 없잖아요. 도시에 살 때보다 더 부지런해야 성과가 나오더라구요."

이 대표는 여기에 더해 귀농귀촌 사업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이 귀농귀촌하러 오는 젊은이의 '삶의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귀농귀촌해서 가장 막막한 게 주거, 교통, 의료 문제거든요. 당장 살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우니 주저하는 부분도 있어요. 또 20대들의 경우에는 자가용 차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동이 제한돼버리면 쉽게 오려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병원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행정적인 측면에서 이런 부분들을 해결한다면 적어도 한 번 정착한 청년들이 다시 나가는 경우가 드물어질 겁니다."

작은 창고에서 시작하는 지금 사업이 점차 커지는 것이 이 대표의 일차적인 목표라면 더 큰 목표는 자신의 사업이 농촌과 취약계층에게도 도움이 되고 사회적 경제의 일원으로써 계속 사회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서울에서 모델 일을 시작할 때도, 의성으로 내려와 귀농귀촌을 결심할 때도 모두 제겐 큰 도전이었어요. 앞으로 꽃차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아이템으로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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