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년버팀목대출, 심사만 2주…"계약 안해요" 집주인들 손사래

임대인 외면에 정책 현실성 의문…승인 대기기간에 계약 못 해
중개자 아예 매물 숨기기도…“기다리는 동안 다른 계약자와의 가능성 차단”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의 청년대상 상품 인식 저조

청년주거난 해소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기금이 운영 중인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이 복작한 절차와 장시간 승인 대기기간으로 청년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주거난 해소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기금이 운영 중인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이 복작한 절차와 장시간 승인 대기기간으로 청년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연합뉴스

"버팀목으로는 계약 안 해요."

이달부터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김모(27) 씨는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을 이용해 집을 구하려다 좌절감을 느꼈다. 임대인은 "심사 기간도 긴데, 승인이 난다는 보장도 없으니 번거롭다"고 계약을 거부했다.

김 씨는 다른 중개인들을 찾았지만 하나같이 '청년버팀목대출뿐 아니라 국가에서 주관하는 대출 상품을 선호하는 집주인은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결국 김 씨는 시중은행에서 5%대의 이자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기금이 운영 중인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이 외면 받고있다.

집을 가진 임대인들이 최대 2주가 걸리는 심사 기간을 이유로 손사래를 치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 5%대의 시중은행 대출 상품으로 발길을 돌리는 형편이다.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은 만 19~34세 세대주에게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연 1.5%~2.1%의 금리로 임차보증금의 80%를 지원해주는 청년 전용 대출 상품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5.19∼7.33% 수준임을 고려하면 주거 취약계층인 무주택 청년들에게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다.

문제는 정작 청년 버팀목 대출이 끼면 거래하지 않겠다는 임대인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 15일 취재진이 직접 대구 중구의 부동산 중개소 5곳에 문의해보니 모두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심사가 끝날때까지 전세보증금을 받지도 못할 뿐더러 다른 계약자와 거래 가능성도 차단된다"며 "심사 결과가 좋지 못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그 불이익은 누가 해결해주냐"고 반문했다.

대구에 사는 또 다른 사회초년생인 박모(30) 씨 또한 최근 임대인에게서 청년버팀목전세대출을 거절당했다. 박 씨는 "임대인 10명 중 7명은 버팀목 대출을 싫어한다"며 "심지어 처음부터 버팀목으로 계약하려는 청년들에게 매물을 보여주지 않는 중개인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상품을 관리하는 주택도시기금은 임차인과 임대인이 해결할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

주택도시기금 관계자는 "대출 상품으로 인해 임대인이 준비해야 할 별도의 서류는 없고 단지 기다리는 게 번거로울 수 있다"면서도 "계약 관계자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한다거나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비해 매물이 적은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정부 지원 대출에 대한 인식이 낮다고 지적한다.

조영태 대구참여연대 정책간사는 "계약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상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야 한다"며 "대구시가 운영하는 주거지원 플랫폼인 '청년안(安)방'을 이용해 폭넓은 부동산 교육과 홍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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