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휴게소 건축 사업에 16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5년 동안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공사 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2년 넘게 휴게소를 점유하며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8년 포항 북구 양덕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이모(70) 씨는 지인으로부터 휴게소 건축 사업 투자를 제안받았다. 경북 국도변에 휴게소를 짓는 사업이었다.
이 씨가 일정 금액을 투자해 휴게소가 준공되면 투자했던 금액은 그대로 돌려받고, 이후 준공 대출로 나오는 대출금의 30%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내용이었다.
이 씨는 거주하던 아파트 주민들 10여 명과 십시일반 자금을 모았다. 은행대출 6억원을 포함해 16억원의 거금을 휴게소 건축 사업에 투자했다. 딸의 사망 보험금과 각종 퇴직금 등으로 마련한 소중한 돈이었다.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이 씨의 사위와 인연이 있는 황모(58) 씨도 사업에 참여했다. 전반적인 휴게소 운영과 소유권은 황 씨가 갖기로 하고 이 씨가 투자한 공사 대금 16억원은 준공 대출금이 나오면 즉시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이를 어길 시 휴게소 명의는 이 씨 측에 넘긴다는 내용으로 두 사람은 계약서를 작성했다.
2019년 1월 공사가 시작되고 편의점과 식당, 주유소가 들어서자 이 씨와 아파트 주민들은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부풀었던 희망은 2019년 7월 휴게소가 준공되는 동시에 사라졌다. 황 씨 측이 공사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약속을 어긴 것이다.
황 씨는 처음부터 휴게소에 투자할 만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 비용 대부분이 대출금이었다. 황 씨가 '최소 20억원~30억원'이라고 이야기했던 '준공 대출금'도 실상은 16억4천만원이 다였다. 이마저도 황 씨의 대출금 15억원을 갚는데 사용하면서 이 씨 측의 투자금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다.
약속을 어긴 황 씨는 자신이 사채를 빌려 휴게소를 운영한 후 그 수익으로 2020년 2월 28일까지 이 씨 측에 공사대금을 갚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짓말이었다. 황 씨는 그해 11월 휴게소 문을 닫고 잠적했고, 준공 대출금 이자를 상환받지 못한 은행은 2020년 12월 휴게소를 경매에 넘겼다.
황 씨가 잠적하고 이 씨 측은 곧바로 황 씨를 사기죄로 포항 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 씨의 신병은 확보가 됐지만 투자금을 돌려받을 길은 없었다.
이들은 전기와 수도도 나오지 않는 휴게소에서 텐트를 치고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점유를 이어오고 있다. 이마저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건물을 낙찰받은 회사가 이들에게 휴게소 점유는 위법이라며 부동산 인도 명령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씨의 딸은 "법원 집행관이 오면 언제든 휴게소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사 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앞으로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 돈을 받을 방법은 보이지 않아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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