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 우리 학교는]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학교 홍보 효자, 대학가 '캐릭터'

캐릭터의 힘… 각종 첫 만남의 긴장감 풀어주는 마력
뉴진스 토끼가 우리 시대의 만능키인 것과 같은 이치
백호, 소, 곰, 펠리컨… 동물 캐릭터가 다수

지난해 있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행사장에서 두두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우리 지역 캐릭터들이 모여 러너들의 완주를 기원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지난해 있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행사장에서 두두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우리 지역 캐릭터들이 모여 러너들의 완주를 기원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빅토, 리카, 도달쑤, 단디, 블레오까지는 들어본 거 같은데 두두, 호반우, 디쿠, 베우리, 휴이는 뭡니까?"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우리 지역 대학가의 캐릭터 얘기다. 대학가 홍보의 효자인 캐릭터들은 단순히 탈을 쓰고 학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캐릭터의 활약상은 예상보다 컸다. 학용품이나 기념품 모델로 등장하는 것으로는 모자랐다.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이모티콘으로도 분전하고 있었다.

중간고사를 마친 캠퍼스의 관심이 체육대회와 엠티로 넘어갔지만 학교 관계자들의 비수기는 이번 달로 끝이다. 5월부터는 내년도 입시 농사에 나설 채비에 나서야 한다. 9월부터 돌입하는 수시 모집에 대비해 역산하면 수험생 홍보전의 시작 총성은 5월에 울린다.

각 학교마다 재학생 입학 안내 도우미들이 앞장선다. 그러나 압도적 집중도는 캐릭터에 비할 바 못된다. 각종 첫 만남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마력을 지닌 캐릭터들은 분위기 메이커이자 친근감 높이기의 일등공신이다. 리카와 빅토 둘이서 축구장을 뛰기만 해도 경기장 만원 관중의 눈길이 쏠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뉴진스의 토끼가, 탈을 쓰고 나오지는 않지만, 최신 버전 만능키인 것처럼.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캐릭터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캐릭터 '디쿠'. 대구가톨릭대 제공

대구경북 대학가의 고참급 캐릭터 중에는 '두두'를 먼저 꼽을 수 있다. 학교 상징인 '비호'(飛虎)의 2세대 캐릭터인 '두두'(DODU)는 대구대가 각종 행사의 선봉에 내세우는 캐릭터다. 5년째 학생들의 주요 행사에 함께 하니 어엿한 고참축에 든다. 두두가 주인공으로 나선 유튜브 동영상은 기본이다. 두두를 활용한 학과별 캐릭터도 개발돼 있다.

비싼 돈 들여 외부업체에 맡겨 얻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2019년 대구대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직접 개발했다. 시쳇말로 '학생들이 낳아 기른 내 새끼'다. 두두는 'Do the DU'(Daegu University)를 줄인 말이다.

경북대는 칡소를 캐릭터로 삼고 있다. 2014년 공모와 선호도 조사를 통해 선정했다. 2019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병용할 수 있는 캐릭터와 캐릭터마크를 추가로 개발했다. 이마에는 학교 이니셜인 'KNU'를 넣어 경북대 캐릭터임을 명확히 했다.

소이긴 하나 몸 전체에 호랑이 무늬가 새겨져 있어 '호반우(虎班牛)'라 불린다. 호반우의 무늬가 칡넝쿨 무늬와도 비슷해 흔히 '칡소'라 불리기도 한다. 호반우는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볼펜, 엘파일, 마우스패드 등의 기념품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경북대 센트럴파크의 포토존인 호반우 벤치도 인증샷 공간으로 인기다.

경북대 캐릭터 호반우
경북대 캐릭터 호반우

대구가톨릭대는 펠리컨을 캐릭터로 만든 '디쿠(D-CU)'가 앞장선다. 학교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하는 캐릭터다. 가톨릭에서 펠리컨은,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 십자가에 죽고 다시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마침 펠리컨이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해가 1914년, 대구가톨릭대의 개교 연도와 같다. 펠리컨이 우리를 떠난 때가 숙명처럼 다가온다.

경일대는 곰을 형상화한 '베우리'다. 본관 앞에 있는 웅비상처럼 곰이 학교 상징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중점 대학'을 추진하는 학교의 비전에 맞춰 AI 버전 신입생도 탄생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베우리는 해외에도 나가려 준비중이다. 2D 그림을 3D로 만들어 관절이 있는 것처럼 캐릭터를 만들어 주는 회사가 경일대 만화애니학과 교수와 작업중이라고 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만들어져 하반기에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라고 한다.

경일대의 캐릭터로 맹활약하고 있는
경일대의 캐릭터로 맹활약하고 있는 '베우리'. 경일대 제공

수성대는 '휴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미래형 휴먼이다. '수성'이라는 이름도 있다. 유일하게 동물이 아니다. 대학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 단골로 출연하는 건 물론이고 광고에도 실제 인물 대신 나선다. 3D로 개발돼 영상도 있다. 라이브커머스에도 등장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중이다.

캐릭터로 태동하고 있는 것 중에는 대구한의대의 기린(麒麟)이 있다. 아프리카에 사는 목이 긴 기린이 아니다. 기린은 봉황, 거북, 용과 함께 사령수(四靈獸)의 하나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전설의 동물 기린을 캐릭터로 삼을 것이라는 대구한의대는 이미 캠퍼스 곳곳에서 기린을 활용하고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유형의 캐릭터가 아닐 뿐이다.

대구경북민에게 오랜 전통의 상징으로 인식돼 있는 영남대의 천마와 계명대의 비사는 캐릭터로 범용되지는 않고 있다. 영남대의 천마는 한때 '푸르마'라는 이름의 캐릭터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캠퍼스 내 자전거거치대 등 일부에서만 보일 뿐이다. 8년 동안 쓰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다시 써보자는 부활의 움직임도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전언이다.

수성대 캐릭터
수성대 캐릭터 '수성이'는 수성대가 제작한 콘텐츠 대부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수성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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