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경로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기술 발전에 따른 소외감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무인 주문기(키오스크)가 일상이 되면서 기계 장치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4일 오전 11시 대구 동구 안심3동의 한 경로당은 모처럼 스무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로회에서 어버이날 행사로 점심 식사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앞서 오전 10시에는 인근 어린이집에 다니는 7~8명의 아이가 어르신들의 왼쪽 가슴에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주기도 했다.
이날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열린 어버이날 잔치 덕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삶의 애환을 털어놓았다. 특히 경로당을 찾은 젊은 취재진을 보자 많은 어르신들이 '스마트폰'과 '무인 주문기'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가게마다 설치된 무인 주문기에서 '테이크아웃'과 '사이즈업', '더블샷' 등의 용어를 볼 때마다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기분을 받는 것이다.
윤모(85) 씨는 "젊은 사람들은 쉽게 이용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70을 넘긴 사람들은 사실상 문맹이 된 것처럼 느낀다"며 "노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다른 노인도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스마트폰과 무인단말기 교육하는 곳이 있는데 가서 배워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주변 친구들과 종종 나눈다"며 "기계가 있으면 앞에서 서성이다가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가게를 나온 적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한 노인의 64.2%는 불편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키오스크 이용실태조사'에서도 고령 소비자 2명 중 1명은 '조작 어려움'으로 인한 불편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인의 정보 접근 소외를 개선하기 위해 글씨 크기를 늘리고 쉬운 말과 간략한 표현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층의 디지털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6일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노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무인정보단말기와 유무선 정보통신을 이용할 때 노인도 다른 이들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무로 규정했다.
소 위원장은 "205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국민 전체의 39.8%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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