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 생명 위협하는 놀이터?…'남의 일 아니다' 커지는 불안감

꾸준히 발생하는 놀이터 사고…"당연히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관련 사고 대구서도 꾸준히 발생…작년 12건

아파트 놀이터의 철제 흔들의자가 부러지면서 초등학생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경북 경산의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놀이터에 쓰러진 흔들의자 앞으로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아파트 놀이터의 철제 흔들의자가 부러지면서 초등학생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경북 경산의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놀이터에 쓰러진 흔들의자 앞으로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10일 경북 경산의 한 신축아파트 야외 철제 흔들의자(그네의자) 기둥이 부러져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고가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고가 난 놀이터는 주민 운동시설로 주기적인 안전점검대상은 아니지만, 입주한 지 갓 2년이 지난 신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던졌다.

12일 오전 대구 곳곳의 아파트 놀이터는 대체로 적막했다. 보호자 없이 노는 아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사건을 인식한 듯 파트 관리소장 등 경비원들이 아파트 놀이시설에 대해 자체적으로 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시민들에게 어린이 놀이시설은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됐다.

지난 2021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경산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고 난 후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잠시라도 애들한테서 눈을 안 떼고 있다"며 "사고가 난 곳도 신축이라던데, 아파트 놀이시설뿐 아니라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원의 체육시설 등 무엇 하나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같은 날 두 딸과 함께 중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를 이용하고 있던 시민은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놀이시설에서 사고가 나 이용할 때 걱정이 많이 된다"며 "아파트 주민들과 시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현행법상 어린이 놀이시설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안전 검사기관으로부터 받는 설치 검사 와 정기 시설 검사(2년에 1회) ▷시설관리주체의 자체 점검(월 1회) ▷시설관리주체 대상 의무교육(2년에 1회) 등 주기적인 안전관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경산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놀이터는 어린이 놀이시설이 아닌 주민 운동시설로 분류돼,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물론 정기적인 점검을 받는 어린이 놀이시설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관련 사고는 매년 수백 건씩 나온다. 행안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국내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1천542건. 사고로 인해 1천87명이 인명피해를 입었고, 이 중 10명은 사망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3건으로 파악됐다.

관련 사고는 대구에서도 꾸준히 발생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관내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는 2020년 5건, 2021년 6건, 2022년 1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현재까지 3건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26건(부상 25건‧사망 1건)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내 8개 구군과 협력해 긴급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 점검을 나설 방침"이라며 "비록 우리 관내 발생한 사고는 아니지만, 노후 시설, 고위험 시설 등을 중심으로 점검을 하고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고를 '안전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참사로 보고, 지자체 차원의 면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사고가 난 곳이 어린이 놀이시설이 아닌, 주민 운동시설라는 점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아파트 부대시설로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면 최소한 어린이놀이시설에 준하게 지었어야 했다"며 "현행법상 어린이 놀이시설의 고정 장치물 등은 표면 밑으로 최소한 40cm까지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는 어린이 놀이시설 뿐만 아니라, 공원 산책로 등에 설치된 흔들의자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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