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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속보가 만들어낸 뉴스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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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사회부 차장
한윤조 사회부 차장

세상이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다. 여기저기서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만 넘칠 뿐, 반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건전한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실종된 지 오래다. 패를 갈라가며 사안마다 첨예한 극한의 대립만을 반복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이제 기억조차 가물거릴 정도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속되는 갈등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그들의 이익 추구를 위한 악다구니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언론인 지망생이었던 시절 2000년 무렵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각 시간대별 뉴스를 시청하고, 학교 도서관에 가 여러 개의 신문을 읽고 유명 칼럼들을 스크랩하고, 저녁엔 다시 메인 뉴스와 시사·토론 프로그램까지 모조리 섭렵하는 게 일상이었다.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 '뭐라도 하나 더 배울 게 없나' 눈빛이 반짝였었다.

이젠 더 이상 뉴스가 흥미롭지 않다. 직업이기도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정보를 습득하려 애를 쓰지만 과연 내가 이걸 보고 있어야만 하나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일쑤다.

수십 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그동안 한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뉴스를 틀었지만 늘 반복되는 여야의 정쟁, 그리고 단발적이고 자극적인 사건 보도만이 난무했다. 포털사이트의 수십 개에 달하는 언론사 뉴스 구독 창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빠름'을 무기로 즉각 생성되는 온갖 말들과 사건들을 그저 쏟아내기만 하는 기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지금은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진보와 보수를 갈라치기 하는 말들이 차고 넘친다. 워낙 '갈등'으로만 점철된 여야 정쟁은 일상 속 공해가 됐다. 더 이상 보기도 듣기도 싫지만 그들은 자신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논쟁거리들을 찾아내고 싸움을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가 갈등을 조장하는 핵심 주체가 됐다.

이 속에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모조리 기사화하는 언론들이다. 과거에는 적어도 '다른 매체에서 한 인터뷰나 발언은 다루지 않는다'는 정도의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이젠 시시각각 새로운 것들을 생산해내기 위해 어떤 매체에서 한 발언이건, SNS상의 개인적인 발언이건 가리지 않고 일단 기사화하고 본다. 클릭 수가 급증하면 좋은 기사, 그렇지 않을 경우엔 그냥 인터넷 공간 어딘가로 버려질 뿐이다.

헤겔은 일찍이 변증법을 통해 정(테제)이 그것과 상반되는 반(안티테제)과의 갈등을 겪는 과정을 통해 종국에는 정과 반이 모두 배제되고 합(진테제)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봤다. 이 논리대로 우리 사회도 좌와 우를 오가며 흔들림을 반복하다 시민적 합의에 이르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과거에는 품었었다. 너무 순진했다.

한쪽의 이야기만을 반복 재생산하는 서로 비난만 하는 평행 대결이 사안만 바꿔 가며 계속되고, 언론마저도 본연의 기능을 잃은 채 클릭 수를 통한 수익 확대 수단으로 이런 목소리에 대해 단순한 확성기 역할을 한다면 우리 사회의 파열음은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 정반(正反)만 있고 합(合)은 없는 무한 대결은 누굴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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