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MM]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경)이슈! 스타일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MZ

사지말고 빌리세요! 의류 렌탈 서비스 '노모뉴'
사지말고 만드세요! 친환경 화분 심기 '클린아일랜드'

MMM.
MMM.

뭐든 빠르게 쓰여지고, 버려지는 시대다. 내가 버리는 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지. 아직 충분히 입을 수 있을만한 옷도, 어쩌면 한번 더 쓸 수 있을 유리병이나 플라스틱통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일쑤. 적어도 '환경의 달'인 6월에는 그러지 않기로 약속~! MMM이 지난주 비치코밍에 이어 환경의 달 특집 2탄으로, 기존 기능을 다시 살린 리사이클링과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재활용 개념인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해봤다.

대구 중구 공평동의 의류 렌탈숍
대구 중구 공평동의 의류 렌탈숍 '노모뉴(No more new)'. 1인당 하루에 2만5천원만 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롭게 풀착장으로 대여할 수 있다.

◆사지마세요, 일단 빌려보세요

'XX동 비밀 저택에서 진행하는 시크릿 파티에 초대합니다'

대구에서 열리는 어느 파티에 초대 받은 이연정 기자와 배주현 기자. 누구보다 튀어보이고 싶은데, 비상이다! 당장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곳저곳 쇼핑몰을 뒤져보니 각양각색 옷들이 나온다. 1시간가량의 온라인 쇼핑을 마치고 결제창을 누르려는데! 아…쉽게 '결제하기' 클릭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다. 새로 옷을 사기엔 자주 입지도 않을 것 같은데 괜히 돈 낭비, 옷 낭비를 하는 게 아닌지. 이거 참 어떡한담. 옷을 빌려입으면 좋겠는데…

다시 폭풍 검색에 들어간 두 기자. 오!!! 있다 있어. 발견한 곳은 대구의 의류 렌탈숍 '노모뉴(No more new)'.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이름부터 마음에 쏙 든다. 하루에 1인당 2만5천원만 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롭게 풀착장으로 대여할 수 있다니! 바로 달려간다.

중구 교동의 한 상가 3층. 노모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권민주(33) 대표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기존 의류를 재창조하거나 빌려주는 숍을 운영하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던 세계적인 SPA 브랜드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기사를 보고 깊은 고민에 빠진 그는 결국 퇴사를 결심했고, 고향인 대구에 빈티지 의류숍을 열었다.

빈티지 의류에 대한 기존의 생각이 어떻든, 노모뉴는 마치 연예인의 화려한 드레스룸에 온 듯한 설렘을 준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과 모자, 신발, 액세서리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레옹과 마틸다 콘셉트로 꾸민 이연정 기자와 배주현 기자. MMM
레옹과 마틸다 콘셉트로 꾸민 이연정 기자와 배주현 기자. MMM
배레옹과 이틸다. MMM
배레옹과 이틸다. MMM

파티에 어떤 컨셉으로 참석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레옹과 마틸다로 정했다! 먼저 레옹부터 꾸며보자. 필수 아이템인 선글라스와 비니부터 장착했다. 이어 노련한 권 대표의 도움을 받아 루즈핏 바지와 자켓, 심지어 멜빵까지 입고 거울을 보니 키랑 근육 조금 줄어든 레옹이 눈앞에 서있네?

마틸다는 조금 난이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이미지와 똑같은 옷이 없는데 어떡하지? 일단 짧은 바지와 줄무늬 반팔을 골라 입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여기에 부츠를 신고 초커 목걸이를 했더니 꽤 마틸다 느낌이 난다.

나란히 선 배레옹과 연틸다. 자꾸 웃음이 피식피식 나서 둘 다 서로를 쳐다보기 힘들었지만, 스타일도 살리고 지구도 살렸다는 뿌듯함에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보며 사진을 남겨본다. 사놓으면 쓰겠지, 입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단 샀던 걸 후회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겠노라 다짐하는 배레옹과 연틸다였다.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친환경 화분을 만드는 클린아일랜드. MMM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친환경 화분을 만드는 클린아일랜드. MMM

◆버리지마세요, 일단 생각해보세요

파티에 입고 갈 옷은 정했는데, 찝찝한 게 있다.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뜻을 담아 선물을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고민 끝에 배레옹의 눈이 반짝거렸다. 레옹은 화분을 들어야지!

하지만 그냥 화분을 사서 주기엔 너무 재미가 없다. 우리의 옷도 환경을 생각해 빌려 입었으니 화분도 지구와 초대자를 생각한 의미가 듬뿍 담기면 금상첨화 아닌가. 친환경 화분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는데…

역시 우리는 검색 왕. 앉은 자리에서 폭풍 검색을 하다보니 뭐라고? 중구 향촌동에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해 화분을 만드는 곳이 있다고? 대구 향촌동에 있는 '클린아일랜드'에서는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쉽게 업사이클링을 체험할 수 있다.

병뚜껑을 잘게 부수기 위해 기계에 넣는다. MMM
병뚜껑을 잘게 부수기 위해 기계에 넣는다. MMM
플라스틱 녹이기 작업. MMM
플라스틱 녹이기 작업. MMM

직원 김유희(27) 씨의 안내에 따라 비장하게 팔을 걷어붙인 배레옹. 먼저 안전 장갑을 끼고, 가져간 플라스틱 병뚜껑을 소독한 뒤 기계에 넣어 곱게 갈았다. 이어 색색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변신한 병뚜껑들을 230도 이상으로 녹여 카라멜과 같은 제형으로 만든다. 녹여진 플라스틱 조각을 스틱으로 들어 올려보니 정말 쫀득쫀득한 느낌이다!

220도 정도로 달군 화분 모양의 금형 틀에 녹인 플라스틱 조각을 붓는다. 장갑을 꼈지만 뜨거울 수 있으니 조심조심.

틀에 부은 플라스틱 조각이 식으면서 굳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또 있다. 화분에 심을 식물을 골라야한다. 립토스라는 다육이를 추천해주셨는데 이거 어금니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이하게 생겼다. 몸통 중간부터 탈피를 반복하고, 잘 키우면 중간 틈 사이로 꽃도 핀단다. 그래, 너를 심어주마.

녹인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화분이 탄생했다. MMM
녹인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화분이 탄생했다. MMM
화분에 심을 식물 리토스. MMM
화분에 심을 식물 리토스. MMM

마침내 금형 틀을 해체하고 플라스틱 화분을 꺼냈다! 지저분한 부분을 사포로 갈아내고 물빠짐 구멍을 뚫어주니 너무 예쁜 색의 화분이 탄생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식물을 심어볼 차례. 흰 라텍스 장갑을 끼고 어금니 모양의 식물을 앞에 두고 핀셋을 들고 있으니 여기가 체험숍인지 치과인지 모를 지경인데. 정신 차리고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거름망과 마사토, 흙을 깔고 립토스를 심었다. 립토스 주변으로 예쁜 자갈과 귀여운 동물 모형을 장식하니 너무 예쁜 나만의 반려 식물이 완성됐다. 아참, 이거 선물하려는거지.

버려질 뻔한 병뚜껑이 이렇게 실용적인 제품으로 재탄생하다니. 플라스틱 화분은 구멍을 뚫지 않으면 잔으로 사용할 수 있고, 구멍을 뚫어 뒤집어서 장식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화분심기. MMM
화분심기. MMM
완성된 화분. MMM
완성된 화분. MMM

자, 이제 모든 건 준비됐다. 한껏 꾸민 배레옹과 이틸다는 손에 친환경 화분을 들고 'XX동 비밀 저택'으로 향한다. 띵-동 우리왔어. 그곳에서 우리는… 인기 짱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무궁무진한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의 세계를 체험하고 난 배레옹과 연틸다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사고, 필요 없으면 버렸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MMM의 영수증
MMM의 영수증

무엇보다 이번 소비를 통해 약 6~7만원을 아꼈다! 파티 콘셉트 룩을 위해 구매해야했던 상‧하의 6~7만원, 화분 구입비 2~3만원이면 단 하루를 위해 1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출해야했지만 우리는 의상 대여비 2만5천원, 화분 만들기 체험비 1만원, 단돈 3만5천원으로 알뜰 소비를 했다. 돈도 돈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를 했다는 점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린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을 줄인 셈!

여러분들도 뭔가를 살 때든, 버릴 때든 한번 더 생각해보길. 나 혼자 그렇게 하는 게 지구에 도움이 되겠어? 하는 생각은 접어두길. 오늘 나의 플라스틱 화분 만들기 날갯짓이 환경 오염을 멈추는 거대한 파도가 될 수도 있지 않겠어?

MMM팀의 추가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도전기를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maeil_mz_magazine)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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