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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09> 주희가 채원정과 마주 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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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작가 미상,
작가 미상, '원정대탑(元定對榻)', 1797년(정조 21), 종이에 목판 인쇄, 31.7×18.9㎝,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원정대탑'은 '오륜행실도' 마지막 삽화다. 국왕 정조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책이었다. 세종 때 '삼강행실도'가 국민 교화를 위한 책으로 처음 나오고, 중종 때 이를 보완하는 '이륜행실도'가 출판됐으며, 성종 때 내용을 줄이고 한글 번역을 넣은 언해본 '삼강행실도'가 나와 이후 여러 차례 간행된다.

이 두 책을 합본한 '오륜행실도'는 그림을 모두 다시 목판화로 제작했고, 새로 번역한 한글을 원문과 시(詩)에 이어 본문으로 수록하는 등 편집체제까지 개편한 조선시대 행실도류의 종합수정판이다. 효자 33명, 충신 35명, 열녀 35명, 형제 31명, 붕우 16명 등 모두 150명의 행적을 실었다. '이륜행실도'는 원래 형제, 붕우에 더해 종족, 사생(師生)까지 4분야였다. 그래서 '오륜행실도'는 형제에 일가친척 사이의 선한 행실을 한 7인을 포함했고, 붕우에 스승과 제자의 미담 4건을 포함해 사실은 7가지 윤리다.

'오륜행실도'에 유일하게 추가된 단 하나의 항목이 '원정대탑'이다. "주희가 채원정과 탑상에 마주 앉다"는 이 이야기에서 스승은 중국 송나라 주희이고 제자는 채원정이다.

채원정은 아버지의 가르침과 독학으로 학문을 연마하다 주희의 명성을 듣고 찾아가 제자가 된다. 그러나 실력을 알아본 주희가 "차오노우야(此吾老友也) 부당재제자열(不當在弟子列)", 곧 "이 사람은 나의 벗이지 제자의 반열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며 벗으로 예우해 마주 앉아 토론했다는 이야기다. 나이는 주희가 5년 위다.

이 고사의 주인공 주희는 주자로 존칭되고 그의 학문이 주자학으로 일컬어지며 조선에서 권위를 누렸고, 채원정은 악서(樂書)인 '율려신서(律呂新書)'를 지은 음악학자로 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세종의 경연에서 교재로 사용됐고, 박연이 악기를 제작할 때 근거가 되었으며, '악학궤범' 편찬에도 인용된다.

'원정대탑'은 나지막한 평상 위에 주희와 채원정이 앉아 있고 제자들은 그 아래에 있다. 평상에 함께 있긴 하지만 주희보다 채원정을 작게 그렸고 무릎을 꿇고 있어 사제지간임은 엄연하다. 중요한 인물을 크게 그리는 주대종소(主大從小)의 인물 표현은 종교화의 방식이다.

붕우는 상하, 귀천, 존비와 무관하게 우정을 매개로 이루어진 인간관계이고, 사생은 학문과 교육으로 맺어진 사제관계다. 사우(師友), 곧 어떤 친구를 만나고, 어떤 스승을 만나는가는 한 인간의 형성에 핵심적 요소다.

'원정대탑'은 18세기의 개방성, 능동성과 어울리고, 주희의 혜안과 도량은 증조부 숙종 이래 조부 영조를 거치며 구축해온 군사론(君師論)의 관점에서도 왕이자 스승을 자임한 정조가 추가할만한 이야기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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