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 좀 왔다하면 온 마을이 물바다"…배수 가로막는 하천·하수관로 키워야

개릴라성 집중호우 늘고 시간당 강수량 100㎜도 흔해
"이상기후에 대비한 설계 기준 강화 필요" 지적

영주 시가지가 온통 물 바다로 변했다. 마경대 기자
영주 시가지가 온통 물 바다로 변했다. 마경대 기자

이상 기후로 게릴라성 집중호우의 시우량(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자주 넘기지만, 하천이나 도심 빗물 배수시설(우수시설) 기능은 한계치여서 침수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

이에 하천과 우수관 등 배수시설 설계기준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심 도로에서 하천 등으로 빗물을 내보내는 배수시설은 빈도별 강수강도, 도로 포장 여부 및 유출지수(빗물이 토양, 초목 등으로 빠져나가는 정도) 등을 고려한 '유역평균 강수량'에 따라 설계한다.

도로 방향을 따라 설치해 수시로 교체할 수 있는 종배수시설은 유역평균에 따라 최소 직경 300㎜ 이상 우수관으로 설치한다. 도로를 가로질러 설치해 교체하기 까다로운 횡배수시설은 당초부터 직경 1천㎜ 이상 대구경으로 매립한다.

유역평균 계산 시에는 주변 개발 계획과 장래 예상 강수량 변화, 빈도별 강수강도 등을 두루 고려한다.

도시 하천의 폭과 깊이 역시 시우량과 빈도별 강수강도를 고려해 설계한 곳이 많다.

영주 시가지가 온통 물 바다로 변했다. 마경대 기자
영주 시가지가 온통 물 바다로 변했다. 마경대 기자

그러나 과거 매립한 우수관이나 오래전 조성한 하천 시설은 대부분 강수빈도를 과거 강수량 기준인 30~50년 범위 이내 기준으로 만들어 도심 배수를 가로막고 있다.

영주시를 보면 도시 배수시설과 하천은 모두 강수 빈도를 30년 기준 시우량 71㎜에 따라 설계했다. 하루 강수량이 80㎜만 넘어도 일대가 침수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 30일 양일 간 영주시 최대 강수량은 320㎜(최대 시우량 60㎜)를 기록했다. 이에 영주1동과 상망동 등 시가지 도로와 주택 21채가 침수되고 10개 읍면의 하천이 범람, 제방이 유실되면서 농경지 53㏊가 침수됐다.

지역 한 토목설계사는 "최근 이상기후로 쏟아지는 물 폭탄을 하천과 하수관이 전혀 받아 내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고려한 재해예방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방재성능목표와 시설물별 설계기준을 상향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소하천의 제방이 집중호우에 유실됐다. 봉화군 제공
소하천의 제방이 집중호우에 유실됐다. 봉화군 제공

영주에는 지방하천 15곳(148.4㎞), 소하천 165곳(314.6㎞) 등 총 180곳이 있다. 봉화에는 지방하천 23곳(292.45㎞), 소하천 249곳(460.9㎞) 등 272곳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정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시간당 20㎜가 넘는 비만 오면 견디지 못하고 곳곳이 범람하는 등 피해를 낳고 있다.

황규원 영주시 하천과장은 "현재 하천과 우수관은 30년 빈도를 기준으로 설계돼 현재 기상 여건을 받아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어촌 지자체에는 정부 예산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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