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법 판치는 조합장 선거, 현직에 유리한 제도부터 고쳐야

대검찰청은 지난 3월 8일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관련 선거사범 수사 결과, 모두 1천441명을 입건하고 83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혐의가 무거운 33명은 구속됐다. 적발 유형별로는 '금품 선거'가 1천5명으로 70%에 이른다. '흑색선전'과 '사전선거운동' 사범은 각각 137명(9.5%)과 57명(4.0%)으로 집계됐다.

당선자 중에서는 226명이 입건됐고, 이 가운데 103명(구속 7명)이 기소됐다. 이는 전체 당선자 1천346명의 7.7%이다. 제2회 조합장 선거와 비교하면 입건은 10.6%, 기소는 10.1% 늘었다. 흑색선전 사범이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공직 선거와 달리, 조합장 선거는 금품 선거의 병폐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동시조합장 선거 제도는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하다.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선거 구조가 '돈 선거'를 비롯한 각종 불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조합장 선거에서는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사무소를 꾸리지 못해 선거운동원 등 조력자 없이 오직 후보자 혼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다른 공직 선거와 달리 예비후보자등록 제도가 없고, 선거운동 기간도 13일로 매우 짧다. 선거운동 방식에도 제한이 많다. 후보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지 못하고, 조합원 집을 방문해 명함을 나눠줘서도 안 된다. 조합원들이 후보자들의 공약과 면면을 점검하고 비교할 수 있는 토론회도 없다.

이런 '깜깜이 선거'는 새로운 인물에게 불리하다. 반면 현직 조합장은 선거운동 전이라도 직위를 이용해 조합원들과 접촉면을 넓힐 수 있다. 현직에 유리한 선거 제도는 선거 결과에도 반영된다. 제3회 동시선거에서 현직 농·축협 조합장의 당선 비율은 62.4%로 제2회 동시선거(58.2%)보다 4.2%포인트 높다. 조합장 선거 제도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2020년 이후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 개정안이 30여 건에 이르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공정하고 깨끗한 조합장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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