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국립공원 팔공산 토양 오염 명백한 사실로…경찰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

비소·불소·납·아연·카드뮴 기준치 최대 15배 초과…동구청 "재조사 진행 중"
환경단체 "경남 김해의 한 재활용업체 등 원천으로 유력…반출 경로 파악 급선무"

21일 공중에서 촬영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이 불거진 이 땅 옆에는 공산정수장으로 유입되는 능성천이 흐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1일 공중에서 촬영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이 불거진 이 땅 옆에는 공산정수장으로 유입되는 능성천이 흐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립공원 팔공산의 토양 오염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이 토양오염도 검사를 실시(매일신문 10월 30일자)한 결과, 각종 독성물질‧중금속 수치가 법적 기준을 훌쩍 넘은 것이다.

9일 대구 동부경찰서는 오염 논란이 벌어진 동구 진인동 한 임야에 대해 지난달 말 현장의 시료를 채취한 뒤 보건환경연구원에 토양 오염도 검사를 한 결과, 9개 항목 가운데 5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지역 환경단체가 토양오염 조사기관에 토양오염도 검사를 의뢰해 기준치를 최대 수십 배 초과하는 독성물질과 중금속 등이 검출된 가운데 경찰이 증거 능력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비소와 불소, 납, 아연, 카드뮴 등 5개 항목에서 환경부 기준치를 최대 15배가량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은 기준치를 넘으면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물·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본다.

비소는 비교적 높은 원자량과 독성으로 인해 모두 피부, 폐, 심혈관계 및 신경계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소는 과다 노출 시 피부나 폐에 손상을 주는 독성물질이다. 납과 카드뮴, 아연도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경찰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토업체를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염도 검사 결과 해당 임야에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독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토업체에 대해선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구청도 해당 부지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 중이다. 구는 지난 1일 중장비를 동원해 10m가량 구멍을 뚫어 토양 시료를 채취한 뒤, 보건환경연구원에 토양오염도 검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검사 결과는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

환경단체는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당부했다. 구본호 한국녹색환경협회장은 "각종 제보에 따르면 오염물질의 원천으로 경남 김해의 한 재활용업체와 청도 일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라며 "지금도 드러나지 않는 곳에 불법 오염 행위가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폐기물의 반출 경로를 파악하고 원천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염 논란이 벌어진 임야는 지난 9월 초부터 각종 오염물질이 뒤섞인 토사가 매립돼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 곳이다. 특히 취수원과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환경오염 우려도 컸다. 당시 공사를 진행한 성토업체 측은 "경남 김해의 한 재활용업체가 만든 재활용 흙을 썼다"고 주장했지만, 추석 연휴를 틈타 사토를 몰래 빼는 등 증거 인멸로 의심되는 행위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18일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이 제기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 사토더미에서 침출수가 나와 고여 있다. 인근 주민들은
18일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이 제기된 대구 동구 진인동의 한 임야. 사토더미에서 침출수가 나와 고여 있다. 인근 주민들은"최근 연일 내린 비로 폐기물과 그 침출수가 능성천을 타고 공산댐까지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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