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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미·중 관계 미묘한 변화, 우리의 선택은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미중(美中) 관계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경기침체뿐 아니라 내수시장의 장기 불황마저 걱정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인들의 카드 빚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9월 말 신용카드 부채가 1조800억 달러(약 1천410조 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총가계부채 규모는 무려 17조2천900억 달러(약 2경2천548조 원)에 달한다.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지출과 부채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도 위태롭다. 강력한 투기 억제책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는데, 최근 잇따른 부양책에도 기존 주택 거래 가격은 18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 회복은 더디고 역대 최고인 청년 실업률은 20%를 웃도는 데다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개발 업체의 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겹쳐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에릭 놀런드 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 "내년 2분기에서 4분기 사이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1년도 안 남은 미국 대선도 미중 관계의 큰 변수다. 이는 미국이 '탈동조화'(decoupling)라는 강경책 대신 '위험 제거'(derisking) 전략으로 선회하도록 했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건설적인 경제 관계는 미중 관계 전체를 안정화하는 힘"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나온 발언이다.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이자 중국의 재정·금융을 총괄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옐런 장관 초청으로 8~12일 미국을 찾았다. 시 주석의 행보는 한술 더 뜬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17일) 참석을 계기로 미국 기업 대표 수백 명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미중 관계 호전만을 전망할 수는 없다. 외교적 딜레마가 여전한 데다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반감도 숙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 승리를 위해 중국과의 갈등을 완화해야 하지만 80%를 웃도는 미국 내 반중 정서는 부담스럽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윤석열 정부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정책은 불안하다. 트럼프 리스크가 있는 미국이 우리 안보를 장담할 수 없고, 변덕스러운 한국의 대중국 외교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도 차갑다.

안미경중 노선을 걷는 호주를 보자. 2017년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지난 6일 갈등은 종지부를 찍었다. 시 주석은 중국을 찾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 "올바른 개선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필요한 중국과 석탄, 쇠고기, 와인 등의 수출 확대가 절실한 호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미국, 서울 등의 지도자들이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우리 손에는 꽃놀이패가 없다. 미중 관계 변화는 한국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외교적 대차대조표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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