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저 현상에 시름커지는 포항 철강업계…"내년 더 어렵다"

포스코 영업이익 지난해 반토막, 현대제철도 30%이상 빠져
일본의 고급강과 중국의 범용강 수입 증가에 고전…전후방 산업 협력방안 절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는 포항철강관리공단 전경. 매일신문DB
포스코, 현대제철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는 포항철강관리공단 전경. 매일신문DB

일본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일본산 철강 제품이 가격 경쟁력마저 갖추면 내년에도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워서다.

심지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지역 철강업체에서는 건설경기 둔화와 원자재 값 상승, 탄소 중립실현 등에 따른 무역장벽, 자동차 및 선박 시장 악화 등으로 내년 업황이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으로 내다본다.

22일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이 수입한 철강재는 830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의 철강재 수입이 각각 37%, 8% 늘었다. 제품별로는 판재류 수입이 488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6%나 늘었다. 봉형강류는 193만t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일본 철강제품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엔저로 가격까지 떨어져 철강재를 많이 취급하는 업체의 취급량도 증가세다. 이는 국내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품생산에 드는 비용은 늘고 있지만, 일본산 제품 가격 하락 탓에 완제품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추려면 덩달아 값을 낮춰야 한다는 것.

실제로 열연강판은 올 상반기만 해도 1t당 1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90만원대로 가격이 내려갔다. 같은 기간 철근도 1t당 100만원에서 80만원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스테인리스강도 엔저 현상에 따라 10%가량 가격이 하락한 1t당 4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요 철강사의 올 3분기에도 실적 하락이 뚜렷하다. 당장 포스코는 올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3% 증가한 1조1천96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피해를 고려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다. 현대제철도 글로벌 철강 시황 둔화로 인한 판매량 감소와 제품가격 하락으로, 올 3분기 실적은 2천284억원으로 전년보다 38.8% 줄었다.

문제는 내년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제조업의 전반적인 약세로 회복 속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건설, 조선, 가전 등 주요 철강 수요산업에 기대감이 크지 않아 성장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역대급 엔저가 계속된다면 포스코 수익의 효자상품인 전기강판, 스테인리스강 등 고급강 수요가 일본산 제품에 밀려 내년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추지미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엔저를 호기로 삼은 일본 철강업계가 물량 공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이에 중국이 가격을 더 낮춰 덤핑 수준으로 대응한다면 국내 철강업계가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내년 일본과 중국에서 철강재 수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후방 산업의 협력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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