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 야당이 주도한 국회의 탄핵안 처리에 앞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곧바로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취임한 지 95일밖에 안 된 이 위원장이 떠나면서 방통위는 또다시 상임위원 5인 중 4인이 공석인 식물 상태가 됐다.
야당은 "이렇게 꼼수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지만, 여당은 "'나쁜 탄핵'으로부터 방통위를 지키려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전날 늦게 직접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구도 재편에 실패하고, 인터넷 신문의 가짜 뉴스 규제 문제 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엇박자를 내는 등 주요 업무에서 차질이 생긴 데다 탄핵안 통과 시 수개월간 직무 정지로 방통위 마비 상태가 올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해 재가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배경에 대해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거대 야당의 압박 속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로써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차기 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정치인,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방통위 주요 정책과 사업의 안정적 진행을 위해 법조인 출신도 언급된다. 업무 공백을 위해 이른 시일 내 후보자 지명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 이날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안 가결을 노렸던 야당 측은 '꼼수'라며 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꼼수를 쓸 줄 잘 몰랐다. 사실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조금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형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동관 아바타'를 내세워 끝내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더했다.
반면 여당은 "방통위를 무력화시키고자 한 민주당의 '나쁜 탄핵'으로부터 방통위를 지키고자 직을 던지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2인(손준성·이정섭) 탄핵소추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 불참 속에 단독 처리됐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뤄진 것은 지난 9월 민주당이 '검사 안동완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정치권 관계자는 "거대 야당의 공세와 여당의 저항이 잇따르면서 정국은 경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각종 현안들도 줄줄이 난항이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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