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동관 사퇴, 무산된 민주당의 ‘식물 방통위’ 음모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5시간여 앞두고 사의를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 위원장 면직안을 즉각 재가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윤 대통령의 면직안 수리는 탄핵소추의 정당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방통위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방통위원장을 다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통위 기능 정지는 막을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이 위원장 탄핵 사유는 당 내부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탄핵안이 의결됐을 경우 이 위원장의 직무는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간 정지될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방통위는 '식물'이 된다. 현재 방통위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1인만 남게 돼 방통위 기능은 상실된다. 방통위는 '합의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 위원장을 탄핵하려는 의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방통위를 식물로 만들어 내년 총선 그 이후까지 자신들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안을 제출하면서 사유로 '검찰청법 제37조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에 있는 부분을 복사해 붙인 어처구니없는 실수다. 이에 민주당은 탄핵안을 철회하고 다시 냈다. 이런 황당한 행태는 탄핵 강행이 이 위원장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서가 아니라 '직무 정지'가 목적임을 재확인해 준다.

한마디로 이 위원장 탄핵은 '식물 방통위' 득을 보려는 '정치 탄핵'인 것이다.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과 윤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는 이런 꼼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이 위원장) 사표 수리는 국회가 헌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명백한 방해 행위"라고 비난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탄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탄핵안을 밀어붙이는 게 원천적인 헌법적 절차의 무시·파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오히려 탄핵돼야 할 장본인은 민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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