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아과 오픈런, 엄마들 브런치 즐기려" VS "당일 진료 받으려면 필수"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 의협 계간지에 의대 증원 등 필수의료 정책 비판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소아과 오픈런'을 두고 일부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를 즐기려고 오픈 시간에 몰리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 원장은 최근 발간된 의협의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을 주제로 시론을 작성했다.

우 원장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공백의 대표적 부작용을 두고 정부가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는 과거 우리나라에 응급환자 분류·후송을 담당하는 '1339 응급콜'이 법 개정에 따라 119로 통폐합되면서 생겼다"며 "법 개정 이후 전문성이 없는 소방대원이 응급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니 경증 환자가 응급실 내원 환자의 90% 가까이 차지하게 됐고,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뺑뺑이'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아과 오픈런도 마찬가지로, 저출산으로 소아 인구가 줄면서 의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게다가 젊은 엄마들이 진료가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졌고, 직장인 엄마들이 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고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덧붙였다.

우 원장은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횟수(14.7회), 인구 1천명당 병상수(12.7병상)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만큼 의료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07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민의료비 지출구조 및 결정요인에 대한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인구 1천명당 의사 1명이 늘어나면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고 비판했다.

우 원장은 건보 재정 파탄이 예고된 상황에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을 무한정 증설하고, 그 병상을 운영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를 무한정 늘리면 건보 재정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앞서서 파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OECD 1위라는 집계도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문의의 경우 구매력(PPP)을 적용하면 봉직의 기준 OECD 31개국 중 2위, 개원의 기준 11개국 중 3위지만, 환율(USD)을 적용하면 봉직의 8위, 개원의 6위로 중위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 원장은 의사 소득 논란의 밑바탕에는 '가진 자에 대한 증오'를 동력으로 하는 계급 투쟁적 이념이 담겨 있으며 이런 식으로 의사 죽이기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는 문화혁명 이후 중국 의료 붕괴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우 원장의 주장에 대해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오픈런을 안 하면 당일 진료 자체를 못 보니 일찍 병원에 가는 것인데 무슨 브런치냐", "동네 소아과에 아침 8시에 가도 당일 진료가 마감이더라", "아이가 밤새 아프면 어떻게든 빨리 진료를 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아니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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