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 마을이 아이 키워야 한다는데…'초등돌봄'에 나선 대학

늘봄학교 연일 화제…돌봄 중요한 시대 대학이 나서
대가대 학생 , 양육공백 겪는 초등생 돌봄 서비스 지원

아동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동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월 4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지난 5월 4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2023 들락날락 놀이한마당 운동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없음. 매일신문DB

초등생을 저녁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는 정책인 '늘봄학교'가 연일 화제다. 올해 늘봄학교 시범운영에 나선 정부는 내년부터 전국 확대 계획을 밝혔다. 초등생은 누구나 학교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담 인력과 운영 공간 부족으로 담임교사들이 직접 학생들 돌봄에 나서는 일도 발생했다.

돌봄이 중요한 시대다. 맞벌이 가정 증가, 양육환경 변화 등으로 부모가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저출생으로 아이는 더욱 소중해진다.

정부의 돌봄정책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아이를 잘 돌볼 지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돌봐줄 곳도 없는 것도 문제지만 매번 터지는 돌봄시설 내 아동학대 문제 등 돌봄의 질도 개선해야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아동을 키우는데 모두의 협조는 필요하다.

◆지역사회 양육공백, 대학이 해결

대구가톨릭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초등돌봄 시범사업'에 나섰다.

대구가톨릭대 경북DCU청년사업단은 아동 관련 학과를 전공하거나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지역 내 한부모가정, 맞벌이 가구의 초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양육 공백시간 동안 1:1 맞춤 교육 및 정서지원 등 재가방문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에 나섰다. 이는 올해 보건복지부가 처음 진행하는 청년사회서비스사업단 사업 중 하나로 대구가톨릭대는 해당 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이들이 초등돌봄에 집중한 건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을 돕기 위함이었다.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생기는 양육 공백을 지역사회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나서보자는 것.

청년들이 진행한 돌봄 사업은 큰 인기를 끌었다. 학교의 돌봄 사업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부모들의 돌봄 신청이 이어졌고, 사업이 종료된 현재까지도 잇따르는 "사업을 이어가달라"는 부모들의 성화에 내년에도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내년에도 사업 공모에 신청해 해당 돌봄사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 해당 사업을 통해 청년들도 아이를 가르치면서 스스로 성장을 많이 했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청년이 투입된 좋은 사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관에서 열린
지난달 24일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관에서 열린 '경북DCU청년사업단 초등돌봄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여한 사업단 학생들. 대구가톨릭대 제공

◆초등돌봄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의 이야기

사업에 참여한 지역 청년들은 아동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 역시 아동과 함께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초2 박00를 돌본 박00 씨

처음에 00이를 만났을 때는 자신감이 낮은 상태였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리 내어 책을 읽을 때는 긴장해 평소보다 목소리가 더 작아지는 특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00이는 수업할 때마다 높은 집중력을 보였으며 자신이 정한 공부 범위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자 하는 끈기를 가지고 있었다.

00이는 함께 공부하는 동안 정서적인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났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낮은 아이였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아이는 자신감을 행동으로 실천하게 됐다. 학교 반장선거에 나가 반장이 되기도 했으며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각종 교내외 대회에 나가 상을 타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조금씩 성취해가고 있었다.

한 아동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는 아동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며 기다려주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시로 달라지는 아동의 정서,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동의 행동을 보며 어떻게 하면 아동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됐다.

아동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성인의 몫은 아동이 변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것, 기다려주는 것이다.

저마다 성향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른 아동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 중요함을 매 순간 느꼈다. 이로 타인과 다른 나 자신을 그대로 수용해야겠다는 마음가짐도 배웠다.

초6 김00 아동을 돌본 공00씨

아동은 사춘기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예의가 발랐다. 학교에서는 학교 대표 배구부로 활동하고 있어 운동 신경도 좋았다. 또 굉장히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 만남에는 낯을 가려 물어보는 질문에만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활발한 모습을 내게 보여줬다. 라포형성이 된 후에는 수업도 더 잘 따랐다. 초기에는 말을 잘 따르지 않았던 아이가 어느덧 수업 중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돌봄 서비스가 없는 날에도 매일 교재를 푸는 등 스스로 공부를 했다. 숙제를 내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아동은 보호가 필요한 존재며 미래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밝고 바르게 건강하게 자라난 권리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아동의 학력 격차 심화문제와 아동돌봄 문제 등 사회에는 아동의 여러 문제가 만연하다.

그 문제는 결과 우리와 상관없지 않다. 우리는 아동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을 해야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