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지난 8일자로 축산물 도매시장 폐쇄 공고를 내는 등 내년 4월 1일 북구 검단동 도축장을 폐쇄 계획을 내놓자 이곳 부산물 상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가 계약 기간이 2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도축장이 문 닫을 경우 상가 역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대책을 마련할 '최소한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1일 찾은 검단동 축산물도매시장 부산물 상가의 분위기는 궂은 날씨만큼이나 스산했다. 간혹 몇 개 점포가 드문드문 손님을 맞을 뿐 대부분의 상인은 멍하니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도축장 폐쇄논의가 시작되면서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폐쇄 이후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될 것"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20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해 왔다는 이모(52) 씨는 "도축장 폐쇄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우리 부산물 상가 상인들에 대한 대책은 언급된 것이 없다"며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판매하는 우리로선 도축장 폐쇄는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같다"며 푸념했다.
상인 김모(55)씨 역시 "여기서 물건을 납품받지 못하면 군위·안동·고령 등에 있는 도축장까지 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우리한테 질 좋은 부위를 주기 어렵고, 제품의 신선도도 떨어질 것"이라며 "대구 외식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곳에는 28개 업체가 40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점포 하나당 크기는 약 7㎡ 정도로 부산물 상가 전체 크기는 299㎡다. 상인들은 점포당 1년에 약 360만원을 대구시에 임대료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 대구시와 계약을 맺은 이들의 계약기간은 2026년 9월 28일까지다.
이곳 지역구의 김지만 대구시의원(북구2)은 "상인들은 도축장 폐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도축장이 나가는 날짜를 1년이라도 유예해달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당장 도축장이 떠나면 영업활동이 막막하기 때문"이라며 "당장 도축장이 폐쇄된다고 해서 그곳에다 차량기지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에서 상인들과 소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구시는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폐장 타당성 및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도축장 폐쇄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육·도축 두수 감소와 대구 농가 이용이 저조할뿐더러 유지·보수비보다 수익이 적어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됐다. 후적지에는 대구도시철도 4호선 차량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시는 도축장이 내년 4월에 폐쇄하더라도 부산물 상가 상인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상욱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이미 부산물 상가들 중 몇몇은 인근 도축장에서 물건을 떼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축장이 폐쇄하더라도 상인들에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부산물 상가 임대료와 관련해서는 상인들과 추후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