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을 앞두고 지자체간 경쟁이 뜨겁다. 출사표를 낸 지자체는 경북 경주를 비롯해 제주, 부산, 인천 등 4곳이다.
APEC 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이 모여 경제·통상·외교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정부 간 국제회의다.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한국 포함 12개국 각료회의로 출범한 이후 1993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상회의로 격상돼 같은 해 첫 정상회의가 시애틀에서 열렸다. 한국에선 2005년 부산에서 제13차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2025년 정상회의엔 각 회원국 정상과 외교·통상 장관, 경제사절단 등 해외에서만 6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APEC 정상회의 기간은 일주일이지만 실제로는 개최국에서 1년 내내 회의가 열린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를 보면 개최국에선 고위관리회의와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 등 크고 작은 사전회의가 정상회의에 앞서 1년 동안 200여건이 열렸다.
그런 만큼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 전 세계에 도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제주·부산·인천 "최적지는 우리" 한 목소리
2005년 부산과 맞붙어 고배를 마신 제주는 2020년 9월 '2025 APEC 제주유치 추진준비단을 구성하는 등 일찌감치 정상회의 유치를 준비해왔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2센터인 다목적 복합시설 완공 일정도 2025년 APEC 정상회의에 맞췄다.
제주는 특히 기후와 경호, 보안 측면에서 정상회의 개최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부 통제가 용이한 섬인 데다 회의가 열리는 11월 전국에서 가장 기온이 높고 강수 확률이 낮은 최적의 기후 여건을 갖췄다는 논리다.
여기에다 제주는 서울‧부산과 함께 2000년대 초부터 대한민국 마이스 산업을 이끈 1세대 마이스 도시로, 200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2010년 한중일 정상회의를 연달아 개최한 점도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부산은 20년 전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한 도시의 발전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징성 극대화를 위해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면, 2005년 개최 경험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추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에 또 뛰어들었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인천은 국제 행사 개최 경험이 많고, 인천국제공항 등 시설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올 5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고 있다. 그밖에도 정치와 경제, 행정이 집중된 수도권 도시로 서울·경기와 연계해 경제 협력, 투자 유치 등 정상회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현 정부가 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비수도권 도시에 점수를 더 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경주는 최고 입지 품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는 유치 경쟁에 나선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도시란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대도시 고층빌딩 등 한 도시의 발전상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가치와 품격을 대표하지 않는다. K-팝, K-드라마 등 세계를 휩쓰는 한류열풍에서 보듯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는 APEC 정상회의 최적지라는 게 경주시의 논리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행사가 열리는 11월 경주는 단풍이 최절정에 이르는 시기"라며 "세계 정상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첨성대‧월정교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면 그야말로 감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는 '준비된 국제회의 도시'란 점도 유치 논리로 부각시키고 있다. 입지와 역량, 기반시설 등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다는 의미다.
경주는 2012년 APEC 교육장관회의,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2020년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역량이 있다.
각국 정상의 경호와 안전을 위한 입지 여건 또한 우수하다. APEC의 주 무대가 될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호에 용이하다. 2005년 부산 APEC 당시 한·미 정상회담이 보문단지에서 열린 것도 경호의 최적지란 판단에서였다.
특급호텔 등 숙박시설도 보문단지 주변에 밀집해 있어 이동 동선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경호에 용이한 이점을 살려 보문단지 전체를 APEC을 위한 오픈 회의장으로 활용하거나, 이곳 4개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각국 정상의 1대1 회담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1시간 거리에 김해‧대구‧포항경주 등 공항이 3곳이나 있다.
APEC 정상회의는 지방 도시에서 여는 것이 관례라는 것 또한 경주시가 내세우는 논리다.
APEC을 비롯해 G7, G20 등 세계 정상이 모이는 정상회의는 회의뿐만 아니라 개최국의 외교‧경제‧문화적 영향력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각국은 전략적으로 국제무대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관광도시나 경제발전의 전초기지를 개최도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멕시코 로스카보스,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 2017년 베트남 다낭 등이 대표적이다.
주 시장은 "APEC이 채택한 '비전 2040'의 '포용적 성장'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가 경주"라며 "정부의 국정 철학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 실현'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유치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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