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는 길이 힘들진 않았어요?"
11년 차 베테랑 사회복지사 김다정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 상담팀장이 앳된 얼굴의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다정한 인사말 안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다. 어린 나이에 겪은 아픈 상처 탓일까. 아이는 얼른 경계심을 풀지 못했다.
"성폭력은 교통사고 같은 거예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교통사고를 당하면 경찰과 보험사에 연락하듯이, 성폭력을 당하면 몸과 마음의 상처를 확인하고 보듬는 과정이 필요한 겁니다."
위로의 말에 담긴 진심이 전해진 듯, 망설이던 아이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이의 말을 듣던 김 팀장은 어느새 법률 지원과 맞춤형 지원 절차를 머릿속에 그려냈다.
아동·청소년을 노린 성폭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대구에서 유일한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전담시설인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는 지난 2005년 6월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보다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하고자 경북대병원에 운영을 위탁하면서 문을 열었다.
성폭력 관련 지원을 원하는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은 누구나 이곳에서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센터는 성폭력 피해 아동의 초기 상담부터 사후 관리까지 지원한다. 가장 먼저 상담과 법의학 면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신체검사와 증거 채취도 한다.
이후 심리학‧정신의학적 평가를 통해 아동의 진술 능력 등을 파악하고 수사와 법률, 의료 지원, 가족 치료, 아동 개별 치료까지 모두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 덕분에 매년 성폭력 피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피해 아동‧청소년 273명이 센터를 찾았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천819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심리지원이 1천989건으로 가장 많고, 상담지원(1천784건), 의료지원(1천389건), 수사법률지원(656건), 동행서비스 등 기타 지원(1천92건) 등의 수요도 높다.
서비스를 이용한 피해 아동과 가족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 아동 보호자 A씨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딸이 아픔을 겪고 세상을 떠나려고 했지만, 옆에서 챙겨주고 보듬어 주셔서 아이가 회복하고 있다"며 "센터 덕분에 가정이 숨 쉬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다만, 센터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 예산은 지난해 기준 운영비 6억원과 추가 시비 2천만원 가량이다. 인건비와 운영비, 임대료는 모두 운영비로 충당하고, 추가 시비는 '온 가족 마음회복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사업비다.
김지은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 부소장은 "예산 부족으로 갑자기 지원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가정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과 성폭력 피해 아동들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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